투자처 찾아 나선 은행권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국내 주요 은행권이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 스타트업에도 혁신 '마중물'을 붓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KB금융·우리금융·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글로벌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신남방국가의 스타트업이나 핀테크 회사에 직·간접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 "제2의 그랩 찾자"…신남방 투자하는 은행들

대표적인 사례는 KB금융이다.

KB금융은 최근 동남아시아 차량공유 기업인 '그랩'에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이는 국민은행·카드·캐피탈·손해보험 등 KB금융 계열사를 통해 독자적으로 조성한 'KB글로벌플랫폼펀드'에 따른 것이다.

투자 금액은 두 회사간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권에서는 수백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도 지난해 4월 인도 핀테크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에 약 30억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신한금융이 해외 디지털 기업 등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현재까지 약 75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6년 베트남 호치민에 개소한 '신한퓨쳐스랩베트남'을 통해서도 11개 베트남 스타트업에 대한 직·간접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NFC기반 결제 솔루션이나 충전식 선불카드 사업 등 핀테크 기업은 물론 블록체인 기반 의료정보 제공 서비스, 구인·구직 플랫폼 등 비즈니스 분야 스타트업도 포함돼 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아직 해외 스타트업에 직접적으로 투자한 선례는 없지만 신남방국가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투자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해외 투자를 간접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 CIB그룹 내 투자금융부 혁신성장금융팀이 직접 10억원을 투자한 '인피니그루'는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최근 베트남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 韓 앞지른 신남방 스타트업 생태계

이처럼 주요 은행권이 해외로 투자처를 넓히고 있는 것은 신남방국가가 혁신 스타트업 기업의 요람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핀테크 시장 성숙도에서 우리나라가 더 앞선다는 것은 완전히 착각이다. 실질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는 동남아시아가 훨씬 앞서 있다"면서 "정부의 신남방정책 기조에도 발맞출 수 있는 만큼 전 금융권이 동남아시아와 인도 지역의 스타트업 투자를 내부적으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스타트업 투자와 성과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1천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이들 국가에서만 5개에 이르나 우리나라는 한 군데도 없었다.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벤처캐피탈(VC)의 아세안 투자금액은 연평균 58.3%나 증가했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2%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스타트업 투자 성장세에서도 우리나라는 뒤처졌다.

이렇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자 금융지주 회장들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만나는 간담회나 비공개 회동에서 핀테크 기업에 대한 출자 제한 폐지를 꾸준히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지난 6월 금융회사가 핀테크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기존 15%에서 100%로 확대했다. 금융회사가 100% 출자할 수 있는 금융 밀접업종 중 '핀테크 기업' 범위를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 등 범용 신기술 업종까지 넓히는 방식을 통해서다.

한 금융지주 회장은 "이제는 고용 창출도 꼭 은행을 통해서가 아니라 핀테크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이런 스타트업들이 과거에는 경쟁자로 여겨졌을 수 있으나 이제는 공생하는 관계인만큼 투자는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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