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시장의 금리 낙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한 주장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채권 과매수 구간에 진입했다는 게 금리 반등론자들의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일부 트레이더와 매니저는 채권시장이 지나치게 (경기) 비관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시장이 과도했다는 것에 베팅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글로벌 국채 금리는 동시다발적으로 급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이달 초순 2.03%에서 현재 1.58%까지 떨어졌고, 30년 금리도 지난주에 역대 처음으로 1%대에 진입했다.

독일 국채는 전 구간이 마이너스에 빠진 상태다. 이런 현상 속에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채권 잔액 규모는 15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금리 하락세는 특히,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빨라졌다.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 둔화 두려움은 채권 매수의 대표적인 시그널로 작용한다.

WSJ은 "그러나 일부에서는 앞으로는 그런 방식으로 전개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며 "글로벌 경제가 본질적으로 건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일부 매니저들은 향후 몇 개월간 금리가 반등하는 것에 대비하고 있다.

M&G 인베스트먼트의 트리스탄 핸슨 매니저는 최근 독일 국채에 숏 베팅으로 돌아섰다.

그는 "향후 채권 성과는 매우 형편없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증시를 사는 대신에 주요 7개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핸슨 매니저는 "주요 근거는 채권 금리가 경제 시나리오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여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로 설정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렇게 금리 반등론자들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마이너스 금리에 빠진 유로존 국채다.

미국 채권금리의 추가 하락 베팅을 거둬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무역 긴장과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위험 요인이 빠르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SBC 글로벌자산운용의 그자비에 바라톤 CIO는 "만기 2~10년의 미국 국채를 사 왔지만, 이제는 15~30년 국채에 반대 베팅을 한다"며 "우울한 경제 전망이 과장됐을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는 완벽한 건강 상태는 아니지만, 안정적이고 조만간 침체에 빠질 확률도 낮다"며 "장기 금리는 단기적인 통화정책보다 시장의 장기적인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7월 설문에 따르면 미국 국채 매수 포지션은 두 달 연속 쏠림이 가장 심한 거래로 조사됐다. 이는 금리 반등론이 여전히 소수 의견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쏠림이 심해 시장 심리가 돌아설 경우 채권 매수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BNY멜론의 자회사인 뉴턴 자산운용의 폴 브레인 채권 헤드는 "미국 30년 국채와 독일 국채 전체 만기를 사들였지만, 지난 4월에 이어 5월에도 5년물 채권은 내다 팔고 있다"며 "3~5년 구간의 금리 하락을 최소화해 커브 일부를 평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침체가 없다면 시장은 너무 많은 가격을 반영한 것"이라며 "한 가지 믿음에 모든 것을 걸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BNP파리바 자산운용의 브라이언 카터 헤드는 올해 들어 국채를 사들였다. 상당 비중은 우크라이나 국채로, 다른 일부도 저등급 발행 국가의 채권이었다.

그는 최근 들어서는 유로달러 선물의 숏 포지션을 잡았다.

유로달러 선물은 유럽계 은행이 보유하는 달러화 표시 예금에 대한 금리를 활용하는 것으로, 숏 베팅은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일 경우 수익을 내게 된다.

카터 헤드는 "시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상황이 흑백논리로만 전개되지는 않는다"며 "정상적인 환경이라면 채권이 실질 수익률(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이자율)은 내야 한다. 이는 2%라는 정책 목표보다는 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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