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데 따른 불안으로 홍콩 거주자들의 자금 유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7월 초부터 홍콩달러가 달러화에 대해 빠른 속도로 절하하면서 자금유출에 힘을 더하고 있다.

WSJ은 홍콩의 일부 기업과 개인들이 해외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면서 일부는 이미 홍콩달러를 다른 통화로 바꿨으며 일부는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컨설팅업체인 란타우그룹의 파트너인 세라 페어허스트씨는 20만홍콩달러(약 3천만원)를 파운드화로 바꿨다면서 시위에 대한 우려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12년간 살고 있는 그는 "이곳은 지금 매우 불안하다"면서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경찰이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특히 더 불안해졌다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내 돈이 여기 갇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시위가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소매업종과 관광산업, 기업 신뢰도 등이 모두 악화했으며 홍콩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 역시 압박을 받고 있다.

미즈호은행의 켄 청 수석 아시아 외환전략가는 각각 기준금리가 다른 상황에서 달러화에 대한 홍콩 달러의 약세가 자본 유출의 우려스러운 신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것 역시 일부 투자자들이 해외로 자금을 옮기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달러는 지난 1983년 이후 달러화에 대해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앙은행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달러-홍콩달러 환율을 7.75~7.85홍콩달러 범위에서 유지하고 있다. 환율이 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달러화 매각과 매수 개입에 나선다.

지난 16일 홍콩달러는 7.8399달러를 나타내 페그 범위의 상단까지 올라섰다. 달러-홍콩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홍콩달러 약세를 의미한다.

개인과 소기업의 글로벌 송금을 도와주는 업체는 런던의 트랜스퍼와이즈는 홍콩에서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자금 유출입은 상당히 안정적이었으나 시위가 시작되면서 지난 8월에는 홍콩으로 1달러가 들어가는 동안 2.64달러가 빠져나갔다고 트랜스퍼와이즈는 덧붙였다.

업체 대변인은 정확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홍콩을 빠져나간 자금의 대부분은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호주, 유로존 회원국의 은행 계좌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컨설팅업체 퓨처무브스의 데바다스 크리쉬나다스 최고경영자(CEO)는 부자 고객과 대기업을 포함한 일부 고객들이 홍콩에서 개인 자금 및 투자금을 이동시켰다면서 이는 지금 나타나는 불안보다 금융허브에 대한 장기적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빨리 움직이는 것은 자본"이라면서 직원과 사무소가 이동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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