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이효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휴대전화 제품이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삼성전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산 휴대전화에 대한 관세 면제는 지난해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에서도 유지된 사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다소 뜬금없게 들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한국산 휴대전화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기 보다는 애플의 아이폰에 대한 관세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재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대미 투자 확대를 은연중에 재차 요청한 것일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에 대한 취재진 질의에 "삼성은 (애플의) 넘버원 경쟁자이고 삼성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내지 않는다"며 "애플로서는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내는 게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관세를 내지 않는다. 다른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고 주로 한국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직접적인 언급에 당혹스러워하면서,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한국산 휴대전화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발효를 통해 무관세 품목으로 지정받아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돼 왔다.

지난해 한미 FTA 재협상 당시에는 관세 부과 검토 대상에 올랐으나 개정안에서는 제외됐다.

정부 관계자는 "FTA 재협상 당시 미국 측이 모든 상품에 대한 관세를 재검토하자고 주장했지만, 실제 협상에 들어가면서 철강과 자동차 등을 우선순위로 들고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지난해 철강에 이어 올해는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필수적 안보'를 이유로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자동차까지 확대해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의 관심 대상에 한국산 휴대전화는 제외돼 있는 데다, 한미 FTA를 재개정해 휴대전화에 관세를 부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미 FTA는 이미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국회 비준 등을 통과해 올해 초 발효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FTA는 통상 10년 이상 상품 수출입 균형을 살펴본 후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관례다"라며 "미국이 휴대전화 단건으로 올해 발효된 FTA 개정안을 재개정하자고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한국산 휴대전화에 적용하려 해도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산 휴대전화에 대한 관세 부과보다는 중국산 애플 제품에 대한 관세 예외조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애초 9월부터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휴대전화, 랩톱 등 특정 품목에 대해서는 오는 12월 15일까지 부과를 연기했다.

애플은 이로 인해 한숨을 돌리기는 했으나 에어팟과 애플 워치 등은 오는 9월 추가 관세 대상이고 휴대전화 등도 12월 15일이 지나면 관세 대상이 된다.

따라서 애플이 어려움을 호소한 대로 휴대전화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식 등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휴대전화에 대한 무관세를 강조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를 은연중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하고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방한 당시 기업인들과의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재계 수장을 일으켜 세운 뒤 이들을 치켜세우며 대미투자 확대를 촉구했다.

2017년 초에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인터넷 매체 보도를 본 트럼프 대통령이 "땡큐 삼성"이라고 트윗을 한 적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쿡 CEO의 발언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중국산 자사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춰 달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쿡 CEO의 발언을 굳이 다시 인용한 것은 중국처럼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으니 대미 투자를 늘려달라는 의미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13시 1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