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결국 터질 게 터졌다.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말이다. 최근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바이오산업 이야기다. 업계의 대장이며 우리나라 최고의 그룹으로 통하는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분식회계 문제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오랜 전통을 가진 재벌그룹인 코오롱의 바이오계열사는 세계 최초 유전자 무릎 관절 치료제로 주목을 받던 인보사케이주(인보사)가 품목허가 취소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바이오벤처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많은 얘깃거리를 남긴 신라젠은 최근 '펙사벡'의 임상 3상 실험이 중단됐다고 공시해 충격을 줬다. 그 외 군소 바이오 업체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임상시험 결과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해 미국 식품의약처(FDA)에 허가 신청을 못 내겠다고 실토한 회사도 있다.

바이오 쇼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한미약품의 8천억원대 신약 기술 수출이 물거품 된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가짜 백수오 파동을 일으켰던 내츄럴엔도텍 사태는 불과 4년 전 일이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사태 역시 우리에겐 당혹과 부끄러움의 이름으로 뇌리에 남아 있다.

이번에 터진 일련의 바이오 사태들은 제2의 황우석 사태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기업의 규모와 업력에 관계없이 전방위적으로 문제가 발생했고, 그중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문제도 있다. 해당 업체는 이를 알고도 당국에 허위 보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도덕적 해이의 집약체다. 이런 판국에 무슨 비즈니스를 논하고, 주식 가치를 말하겠는가. 바이오업계에선 공매도 세력이 기업가치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공매도 세력이 붙는다는 것 자체가 이들 기업의 펀더멘털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성과를 보여 주지 못한 채 미래 가치로만 평가받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이 사는 길은 무너진 도덕과 신뢰를 살리는 것뿐이다. 반도체 다음 차세대 주력사업이 바이오산업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상황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을 업계는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앞으로는 제발 실적에 대한 유혹과 조급증을 떨쳐버리길 바란다. 신뢰회복을 위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할 것을 당부한다. 앞으로도 수많은 임상 시험 결과가 나올 것이고, 미국 FDA 허가 신청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신약 개발 정보도 흘러나올 것이다. 그러나 어설픈 실력과 기술로 투자자들의 눈을 가리는 한탕주의가 계속되는 한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바이오산업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황우석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1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하다. (자본시장부장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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