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은행 미국 현지법인인 아메리카신한은행이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금세탁과 관련해 기존 제재를 유지하게 됐다. 유럽과 중국계 은행에 이어 국내 은행을 겨냥하는 미국 금융당국의 감독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은행들의 어려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메리카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뉴욕 금융감독국(NYDFS)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부터 지난해에 시행한 검사와 관련해 '동의명령(consent order)' 조치가 유지됐다.


미국 금융당국의 제재단계는 크게 서면 합의와 동의명령, 벌금형으로 나뉜다. 서면 합의가 비공식적인 조치라면 동의명령은 좀 더 적극적인 개선명령에 해당한다. 특정 이행사항에 대해 현지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간 합의가 필요하다. 미국 금융당국의 주요 관찰 대상인만큼 정례적인 보고서 제출을 포함해 수시로 피검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아메리카신한은행은 지난 2017년 FDIC로부터 동의명령 조치를 처음 받았다. 올해도 원인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과 현지 금융보안법 준수, 여신관리 등 내부 컴플라이언스가 제재의 배경이 됐다.

지난 4월 초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취임과 동시에 미국 금융당국을 방문해 면담에 나선 것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서다.

앞서 농협은행 뉴욕지점이 120억원에 달하는 과태료 제재를 받은 선례가 있는 만큼 현지에서는 벌금형 제재를 면한 것만도 다행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지 관계자는 "사실상 기존의 동의명령이 연장된 개념"이라며 "감독당국의 재량권이 커 지적사항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앞서 받은 행정제재를 없애주기도 하는데 최근 추세상 이를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부에선 그간 안일했던 조직운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부터 미국법인을 이끌게 된 서태원 현 법인장이 혁신의 필요성을 꺼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앞서 일부 법인장이 조기에 교체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금 규모가 달랐던 우리아메리카를 제외하면 나머지 은행들도 현지 감독당국의 상시감시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금융당국과 맺은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선 적잖은 비용이 수반된다. 미국 현지법인과 지점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메리카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4억7천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억800만원)보다 85% 가까이 급감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유상증자를 진행, 턴어라운드를 시도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들어 감독 수위를 강화한 미국 금융당국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동의명령조차 물리적으로 시간을 번 개념에 불과하다.

한 시중은행 글로벌사업 담당 임원은 "도이체방크도 미국의 감독체계 아래서 무너졌는데 국내 은행은 현실적인 제약이 더 큰 편"이라며 "컨센트오더가 지속한다면 그만큼 벌금을 받을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익성만 본다면 라이선스 반납도 고려해야겠지만, 그래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이란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현재로선 배보다 배꼽이 더 커도 배운다는 생각으로 버텨야 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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