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기업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서도 회사채 금리는 강세를 보이며 펀더멘털에 역행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경기 악화 시기에 확대해야 하는 크레디트물과 국고채 금리의 차이, 즉 신용 스프레드가 신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55조 원, 순이익은 37조 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7.09%, 42.95% 감소했다.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은 110.24%로, 2018년 말 대비 4.75%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회사채 금리는 전체 채권시장 강세를 따라 상반기 내내 꾸준히 하락했고, 신용스프레드는 계속 줄어들다 6월 이후에야 소폭 반등했다. 펀더멘털과는 괴리가 있는 흐름이다.



<'AA-' 등급 회사채 3년물(빨강)과 국고채 3년(검정) 금리. 아래 실선은 스프레드>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경기가 좋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신용스프레드가 확대해야 한다"며 "신용 스프레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채 비율이 150%, 200%를 넘는 회사들, 또 차입금을 EBITDA(상각전영업이익)로 나눴을 때 4배, 5배인 회사들은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 간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법인 756개사 중 640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난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업체는 104개사로 작년 말 대비 16개사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100%초과~200%이하 구간에 있는 기업 수도 4개사 늘어났다.

또 연합인포맥스 시가평가 대상종목(화면번호 4755)에 따르면 거래소 집계로 상반기 부채비율 상위 20개사 가운데 포함된 대한항공, 다우기술, CJ CGV 등 기업의 회사채는 모두 자기등급 대비 낮은 금리를 누리고 있다.

다만 신용 스프레드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의견도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이라는 것은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측면도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크레디트 채권도 시장 환경에 따라 반응을 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시장에서는 크레디트물을 준지표물로 이해하는 부분도 있어 채권시장이 전반적으로 강세면 시차를 두고 크레디트물도 따라서 가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좀비기업이 (낮은 금리 덕분에) 연명하면서 부실이 확대하는 분위기로 보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월 이후 반등한 신용 스프레드가 향후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움직일지 주목된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수출이나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녹록지 않다"며 "크레디트물을 둘러싼 환경이 상반기보다 저하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확대된 변동성 환경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을 이전보다 크게 반영하는 것이 맞다"며 "신용 스프레드가 연중 저점을 이미 봤을 수 있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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