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시장에 '볼록성 헤지(Convexity hedging)'가 나타났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락세의 절반 이상이 볼록성 헤지와 같은 기술적 요인 때문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21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JP모건의 마코 콜라노비치 퀀트파생전략 헤드는 보고서를 통해 "경제 성장 우려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통화완화 기대는 이달 채권 랠리에서 절반 이하의 비중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경기 우려와 이에 따른 추가 통화완화 기대 등이 채권 금리 하락세의 주요 배경이 아니란 얘기다.

실제 소매판매와 고용 지표 등 최근의 미국 경제지표는 견조하며, 이는 글로벌 성장 둔화를 미국 경제가 제대로 버텨내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채권금리의 하락세는 매우 가파르다. 미국 10년 국채금리는 이달에만 50bp가량 급락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의 낙폭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달에 떨어진 셈이다.

장기 금리 급락에 따른 채권 커브 역전으로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기도 했다.

콜라노비치 헤드는 "경기 신호로써 장기 채권금리의 가치는 다소 왜곡됐다"며 "소위 말하는 '볼록성 헤지'와 같은 기술적 요인이 올해 채권 랠리의 '강력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볼록성이란 금리가 변할 때 채권의 듀레이션(Duration)이 변하는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볼록성 헤지는 지난 3월 초순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기 모기지 금리 하락세의 이익을 보기 위해 주택 대출의 재융자 수요가 쏠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장기 모기지 금리는 장기 국채금리에 연동하는데,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자 기존의 대출을 더욱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주택 소유주가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일부 펀드 매니저나 대출 서비스 기관은 주택 대출에서 나오는 소득이 감소하게 됐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모기지담보증권 투자자를 중심으로 장기 국채 매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처럼 장기 금리 하락세가 재차 장기 국채 매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났고, 금리의 하락 속도는 더욱더 가팔라졌다.

JP모건은 이런 볼록성 헤지에 따른 장기 국채 유입 자금이 올해 들어서만 4천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여름철 유동성이 얇아지는 특성도 금리 급락에 일조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고주파 트레이더는 거래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고, 거래가 부족해지며 금리 낙폭도 더욱 커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미국 국채에서 고주파 트레이더가 주요 마켓 메이커가 됐다고 평가한다.

한편, 국채 변동성을 반영하는 메릴린치 MOVE 지수는 지난 16일 90 근처로 치솟으며, 지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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