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대로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실제 침체기에 들었을 때 실탄 부족으로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스만트레이더닷컴의 스벤 헨리치 설립자는 20일(현지시각) 미국 마켓워치에 기고한 글에서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금리를 내리면 산술적으로 침체기에 대처할 수단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며 연준은 단기간에 기준금리를 최소 100bp 내리고 양적 완화(QE)에도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헨리치는 앞선 금리 사이클과 비교해 연준의 손에 남은 수단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게 문제라며 사람들이 그것을 놓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헨리치에 따르면 연준은 2008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0~0.25% 사이로 유지하다 지난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연준은 아홉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가장 약한 금리 인상 사이클이었다.

시장에선 작년까지만 해도 올해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11월 전망에서 올해 기준금리가 최대 다섯 차례 더 인상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헨리치는 불과 25bp씩 아홉 차례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는 바람에 연준은 이제 산술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며 이미 금리 인하 카드 하나를 써버린 만큼 제로 금리까지 여덟 번의 기회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바람대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50bp 내리면 25bp씩 여섯 차례의 기회가 남게 된다"며 "내년에 50bp를 더 내리면 이제 연준의 손엔 겨우 100bp 카드밖에 남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내년까지 연준이 금리를 100bp 내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연준이 시장의 요구대로 움직인다면 3년에 걸쳐 올려놓은 기준금리 중 절반을 고작 1년 만에 절반으로 돌려야 한다는 뜻이다.

헨리치는 "이는 중기 정책 조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과거 2001년 연준이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갔을 때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총 550bp나 금리를 내렸다. 2007년에도 500bp나 금리를 떨어뜨려야 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에는 금리 인하 시작점이 2.25~2.50%라며 미국 경기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하락세로 진입한다면 시장은 화가 날 것이고 연준이 쥐고 있는 것을 더 많이 요구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헨리치는 "연준은 실탄이 그만큼 부족하고 경기하강을 막으려면 실제로 많은 총알이 필요한데 증시가 사상 최고치에 있고 실업률이 거의 50년래 최저 수준인 지금 왜 연준이 카드를 낭비해야 하는가"라며 "왜 50bp를 내려서 여섯 번의 기회밖에 안 남기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미래에 기준금리가 마이너스(-) 2.00~2.50% 영역으로 내려갈 것이 아니라면 시장은 지금 연준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금 시장을 실망케 할 형편이 아니지만, 시장은 실망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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