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DLS 사태, 채권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데스크 칼럼] DLS 사태, 채권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9.08.22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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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 DLF)은 일반인들에게는 절대 팔아선 안 되는 상품이라고 금융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지난 10여년간 최고의 히트 금융상품이면서도, 종종 사고가 터지는 지수연계형 주가연계증권(ELS)보다도 훨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DLS의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녹 인(knock-in)'의 기준점(배리어) 설정부터 ELS와 충분히 차이를 뒀어야 했다. 금리연계형을 지수연계형과 유사한 방식으로 배리어 비율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DLS와 ELS 대부분 통상 기초자산 가격 대비 50% 정도의 녹인 배리어를 설정한다. 그 후속 영향은 천지 차이다. 코스피가 2,000에서 1,000으로 내려가는 것과 국고채 금리가 1.1%에서 0.55%로 내려가는 것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최근에 문제가 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S의 녹인 비율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으나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가는 배리어 금리는 -0.25%라고 전해진다. 이 상품이 많이 팔린 지난 3월과 4월 독일 10년 금리가 플러스(+) 0.1% 전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35bp(0.35%)만 내려가도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구조다. 그것도 손실 배수가 250배에 달하는 풋옵션 매도형의 상품이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개미투자자가 손실이 무한대일 수 있는 옵션 매도를 취하는 격이다. 과거 코스피200 옵션 시장에서 수많은 개미를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깡통 계좌의 악몽이다.

금리 절대 수준이 낮다고 변동성이 그에 비례해 줄어들 것이란 보장도 없다. 주식시장 대비 채권시장을 너무 만만하게 본 측면도 있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올해 초 하루 1bp 이내의 등락을 보이다 마이너스 금리로 내려가면서 오히려 변동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15일 독일 10년 금리가 하루에만 4bp 떨어졌는데, 당시 금리가 -0.2% 수준이었기 때문에 하루 하락률은 무려 20%에 달했다.

주식시장 기준으로 대공황 때나 아니면 상상하기 힘든 하락률이다. 일부 투자자는 금리연계형 DLS를 안전자산인 선진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판매사는 이런 심리를 이용했다. 판매 직원들 역시 채권이 주식보다 안전하니 이 상품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을 수 있다. 금리의 놀라운 변동성을 간과하고 채권이 주식보다는 안전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피해를 더 키웠다는 얘기다.

증권사 등 상품 개발 주체들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예측 기능을 담지 않은 파생결합상품이나 구조화상품 개발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DLS 사태도 예측 기능 없이 과거 통계를 이용한 확률을 따져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또 시장 상황 고려 없이 판매에만 열을 올린 데서 촉발했다고 봐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해외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일부 채권 딜링룸은 해당 DLS가 판매되던 지난 3월께부터 선진국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고 한다. 낮은 금리 탓에 캐리보다는 트레이딩 목적이 강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대거 완화적으로 돌던 시기였으니 채권을 사는 데 호기였다. 독일 국채 등에 투자한 딜링룸(운용부서)이 돈을 버는 사이 금리연계형 DLS는 파국으로 향하고 있었던 셈이다. 예측 기능 없이 확률에만 근거해 만든 구조화상품은 금융회사 입장에서 종종 효자상품일 수 있으나, 시장 급변으로 한번 터지면 대형사고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5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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