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트럼프까지 사로잡은 독일 국채금리
<뉴욕은 지금> 트럼프까지 사로잡은 독일 국채금리
  • 곽세연 기자
  • 승인 2019.08.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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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독일은 돈을 빌리면서 제로 금리를 주고, 실제로는 돈을 받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이 이번에는 독일 국채로 이동했다. 돈을 빌리면서 오히려 돈을 받는 독일의 상황이 부럽다는 뉘앙스다. 이론적으로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입하면서 동시에 이자를 얻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이자를 지급한다는 의미다.

어쨌든 "미국은 독일보다 훨씬 강하고 더 중요한 신용을 가지고 있는데,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푸념이 아예 생뚱맞은 것은 아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독일 국채금리를 운운한 것 역시 연준 비판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독일의 마이너스 국채금리는 대통령도 언급할 정도로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이슈다.

트럼프가 생각하는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연준이다. 금리를 더 빨리, 더 많이 내리지 않아서 생긴 일이며 이제라도 자기 뜻에 연준이 따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를 더 내려서 미국 경제 침체도 막아야 하고, 달러 약세를 통해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도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 국채금리는 속속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여전히 안정적인 플러스권에 있다.

미국은 22조4천억 달러로 늘어난 정부 부채인 국채에 지금도 계속 이자를 내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도 많이 내려갔지만, 새로 국채를 발행할 때는 원금에 이자를 약속해야 한다.

반면 독일의 국채금리는 모든 만기가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탄탄한 재정 덕에 독일은 지난 몇 년간 다른 유로존 국가보다 낮은 금리의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괜찮던 독일마저 수출 타격에 꺾였다. 글로벌 침체 우려가 엄습하자 독일의 수익률 곡선은 전체가 마이너스로 빠르게 진입했다. 전 세계 16조 달러에 달하는 마이너스 국채금리 트렌드의 중심에 독일이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독일은 돈을 빌리면서도 부담이 없다. 30년 만기 국채를 사상 처음으로 쿠폰 0% 금리에 발행했다. 2050년 8월 만기까지 이 국채를 사는 투자자들에게 독일 정부가 어떤 이자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상보다적긴 했지만 수요도 있었다. 이런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30년 동안 현금을 안전한 자산에 넣어 보존할 수 있는 옵션으로 제로 금리에도 독일 국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나중에 누군가에게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

유로존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이미 뉴노멀이라지만, 최근 장기물까지 속속 마이너스 금리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유로존의 주요 단기 국채는 2016년 ECB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한 이후 한 번도 마이너스 영역을 벗어난 적이 없다.

독일은 부랴부랴 균형 재정을 버리고 적자 재정을 용인하겠다고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독일 국채금리는 반짝 상승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정 확장을 통해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실패했던 일본의 선례가 있다.









1990년대 일본 정부는 재정 적자 지출에 나섰지만, 10년 국채금리는 1990년대 중반 3%에서 올해는 제로 이하에 머물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떨어졌고, 금리 인상 기대에도 부담을 줬다. 수년간 지속한 초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금리가 장기간 낮게 머물 것이라는 기대만 더 키웠다.

통화 정책이 완화적이면 재정 부양만으로 국채금리를 끌어올릴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유로존도 비슷한 상황이다. 독일이 재정지출을 늘리면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 기대를 높이고, 신규 국채 발행을 통해 시장에 부담도 줄 수 있다. 그러나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있다.

또 채권 비관론자들이 희망했던 독일 국채에서 매도세가 나오려면 재정 부양책이 독일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ECB는 다시 채권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020년까지 마이너스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국채금리 흐름으로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개인 고객이 수수료를 내야 하는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유럽에 이어 점차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독일 국채 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상품이 다음 달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자를 물면서 독일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우리에게도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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