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글로벌 투자자는 '마이너스 금리'에 빠진 채권도 기꺼이 사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과서 이론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들 채권을 낚아채야(snap up) 하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21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와 주요국의 통화 완화 정책 기대 등에 세계적으로 17조달러에 가까운 채권이 마이너스 금리로 돌아섰다.

◇ 백홀더(Bagholders) 효과

마이너스 금리 국채는 먼저 백홀더(Bagholders)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백홀더란 가치 없는 투자 상품을 보유한 투자자를 말한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퍼담는 투자자는 상품 가치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데 베팅을 걸고 있다. 사실상 다른 백홀더가 있을 것이라는 데 돈을 거는 셈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재가동할 것으로 광범위하게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유럽 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자는 ECB가 마이너스 금리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빨아들일 것이라는 데 의존할 수 있다.

금리가 제로 미만인 채권을 사는 것은 사실상 비용을 내고 투자의 특권을 사들이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런 비용은 보유 채권 가격이 오르면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10년 만기 독일 국채(분트) 40억유로는 -0.26%에 발행됐다. 프리미엄 가격은 유로당 102.6센트가 붙었다. 10년물 분트는 현재 유로당 106.9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입찰에서 채권을 샀던 투자자는 가격 상승만으로 약 4%의 이익을 얻은 셈이다.

비앙코 리서치의 창업자 짐 비앙코는 "모두가 미친 듯이 이런 물건을 사고 있다"며 "양적완화로 너무 많은 돈이 나타났고, 너무 많은 돈이 국채로 흘러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채권을 매수하는 게 지속가능한 추세인지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안전자산

시장 참가자들은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긴장 등을 견뎌낼 수 있는 몇 가지 도피처가 있다고 말한다. 위험자산을 내다 팔 때는 국채의 마이너스 금리 이슈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마이너스 금리라도 국채의 랠리 능력이 입증된다면 시장이 어려울 때 투자자는 찾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뉴버거 베르만의 타노스 바르다스 헤드는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양질의 물건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작은 패닉을 만들어 냈다"며 "지난주까지 독일 분트의 모든 만기가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됐다"고 말했다.

◇ 환 헤지

마이너스 금리라도 일부 투자자에게는 마이너스 수익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럽이나 일본 투자자와 달리 미국 투자자라면 종종 환율 변동성을 대비한 헤지 비용을 벌 수가 있다. 미국 채권금리가 유럽이나 일본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미국의 펀드 매니저는 마이너스 금리의 유럽 국채를 보유하면서도 여전히 수익을 낼 수 있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환 헤지는 유로화 표시 채권을 사는 미국 투자자에게 연간 3%의 추가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롤 다운(Roll down) 효과

투자자가 마이너스 금리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채권 커브를 활용하는 것이다.

롤 다운 효과란 채권의 만기가 가까워지며 시가평가가 상승하는 데 따라 채권 가격이 오르는 효과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우상향하는 채권 커브에서 장기 채권을 매수한 뒤 잔존만기가 줄어드는 동안 커브 상에서는 더욱 낮은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채권을 보유하는 기간에 금리가 하락하는, 즉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마켓워치는 이에 대해 "채권 커브는 독일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시장에서도 여전히 가팔라질 수 있다"며 "투자자가 3년짜리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하고 1년 뒤에 판다면, 채권 가격은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을 경우 3년물이 2년물보다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시에테제네럴의 마이클 창 전략가는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더욱 마이너스로 빠진다면, 장기 채권 가격은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일반적으로 상승해야 한다"며 "다만, 롤 다운으로 돈을 버는 것은 단기적인 전략으로, 트레이더는 반드시 만기 전에 채권을 팔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핌코는 글로벌 채권 투자자가 빈약한 수익률을 내는 일본 국채시장에서 종종 이런 전략으로 돈을 번다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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