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가파른 강세를 나타내던 서울 채권시장이 전일 숏(약세) 재료에 취약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장 참가자들은 영향력이 큰 이슈가 없었음에도 시장이 급격히 변동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2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10년 국채선물(LKTBF)은 89틱 하락한 134.73에 마감했다. 장 초반 기록했던 고점(135.87)에 비해서는 무려 114틱 급락했다.

대기 매수세가 속속 유입되던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 금리가 아시아장에서 오르자,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주택저당채권(MBS) 미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채권시장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무너졌다.

A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팀장은 "채권시장이 '밀사(밀리면 사자)'에 익숙해졌다가 제대로 당했다"며 "이래서 과도하게 강세로 갈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심전환대출 얘기가 패닉장세를 촉발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20조~30조 원 정도 MBS가 발행될 것이란 전망은 시장에 이미 반영된 이슈다"고 설명했다.

B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전반적으로 최근 크레딧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등 수급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잭슨홀 경계감에다 레벨 부담, MBS 물량 우려가 복합적으로 겹쳐서 국채선물의 낙폭이 급격히 커졌다"고 말했다.

MBS 이슈보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를 앞둔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뒤흔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C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금융시장은 FOMC가 대규모 완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지만, 물가 등 펀더멘털 지표를 보면 과도한 기대일 수 있다"며 "롱 포지션이 깊은 기관이 미리 손절매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7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2% 상승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2.1%)와 연방준비제도의 인플레이션 목표(2.0%)를 모두 웃도는 결과다.

향후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발언도 시장 약세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한국 시각으로 23일 오후 11시 잭슨홀 연설에 나선다.

D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미국 채권시장은 이미 세 차례 정도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다"며 "파월이 중간 사이클 조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국내 채권시장의 조정폭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A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팀장은 "어제 연준 의사록을 보면 연속적인 인하가 아니라, 나오는 지표들을 지켜보자는 기조였다"며 "7월 FOMC 이후 발표된 지표가 거의 다 좋았던 것을 고려하면 다소 매파적 발언을 예상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변수다"며 "파월 의장이 이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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