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수천억원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이 이번 사태의 대처방안을 두고 노사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조차 상품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만큼 고객은 물론 판매직원에 대한 보호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지만, 은행과 직원, 직원을 대표하는 노동조합 간 온도 차는 여전한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전일 노조가 지난 20일 발표한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성명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한 자료를 행내에 게시했다.

반박의 요지는 금리연계형 DLF가 시장의 예측을 무시하거나 무리하게 설계된 상품이 아니며, 그간 고객과 직원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지속해왔다는 내용이다.

우선 KEB하나은행은 4대 금융지주의 파생상품 40%가 하나금융에 집중돼 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지난해 은행이 차지한 판매비중은 26%로 많지 않다고 했다. DLF의 경우 우리은행과 달리 만기도 1년 이상으로 설정한 만큼 수수료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설계된 상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상품의 장점이었던 콜옵션 기능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발행자의 권리라는 점이 상품설명서에 명확히 기재돼 있다고 언급했다. 콜옵션 행사에 대한 의사결정은 발행사의 몫인 만큼 판매사인 은행이 이를 요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울러 환매수수료 우대조치를 요구한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어디까지나 환매수수료는 운용사가 결정하는 문제로 판매사가 이와 관련한 요구를 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선제로 해온 고객과 직원 보호 조치도 강조했다. 올해 들어 30회가 넘는 금리 시황리포트를 영업점 프라이빗뱅커(PB)와 고객에게 제공했고, PB 대상 상품과 시황 간담회도 10회 이상 개최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7월 PB들을 위해 개최한 콘서트 역시 정신적 힐링을 위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본점의 이러한 대응에도 일선 영업점 PB들은 여전히 불안한 모양새다.

KEB하나은행 한 영업점 PB는 "우리은행과 비교해 손실 폭이나 상품 만기 시점에 다소 여유가 있다지만 불완전판매 이슈에서는 똑같이 자유롭지 못하다"며 "PB들이 우려하는 사항을 전달했는데도 이렇다 할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직원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뿐이다"고 말했다.

내달부터 DLF 만기가 도래하는 우리은행은 손태승 행장이 직접 나서 PB 대상 공청회를 열어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법무법인 지평과 함께 대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정종숙 부행장이 주도하는 태스크포스(TF)와 함께 노동조합 대책위원회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올해 12월과 내년 3월 노조위원장과 행장의 임기만료가 맞물린 민감한 시기인 만큼 직원보다 조직 논리가 우선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 한 영업점 PB는 "지난주 행장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직접적인 대안을 들은 것은 아니었다"며 "현재로선 소송 위험 노출도가 은행보다 직원이 더 크다. 선거나 CEO 임기 등 민감한 사안들이 몰리다 보면 자칫 본질은 흐려진 채 꼬리 자르기만 발생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가 직원에 대한 제재로만 이어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전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번 사태를 금융 노동자의 책임으로만 떠넘겨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금융회사와 경영진 차원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투자자 입장에선 은행 등 금융회사보다 판매직원의 불완전판매 정황을 근거로 직원에게 구상권 개념을 청구하는 방식이 조금 더 수월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판매직원의 과실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조직보다 개인이 법리 싸움에서 더 취약하다는 점에서 이들을 위한 보호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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