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내 분열된 시각·트럼프 압박 난관

시장, 실망 가능성…변동성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오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에서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미국의 경제지표는 여전히 견조해 연준이 계속 금리를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무역정책 불확실성과도 맞서야 한다.

만약 현 금리 인하가 '중간 주기의 조정'이라는 기존 시각을 계속 유지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를 매파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이러한 발언을 폐기하고 현 금리 인하가 침체를 막기 위한 보험성 인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언급할 경우 시장은 비둘기파적 기조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며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문제는 둘 다 시장에 미칠 파괴력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가 역전되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파월이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을 경우 이는 시장의 기대와 크게 다른 것이다. 하지만, 이미 FOMC 의사록이 다소 매파적이었다는 점에서 파월이 의사록보다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시각을 엿보일 경우 의사록 이후의 흐름이 뒤바뀔 위험이 있다.

어느 경우든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발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대다수 위원은 현 금리 인하가 '중간주기의 조정'이라는 데 동의했으나, 여전히 경기 전망에 드리워진 위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글로벌 경기 약화와 무역 긴장이 2% 물가 목표 달성을 더 어렵게 할 것으로 우려했고, 일부는 물가 상황이 우려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파월의 난제 중 하나는 연준 내 이러한 이견을 어떻게 단일화할 지다. 지난달 금리 인하에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 두 명의 위원이 금리 인하에 반대한 데 이어 이날도 금리 인하 필요성이 없다는 위원들의 발언이 나왔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이날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략 중립 수준에 있다"며 현재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이는 그만큼 여전히 연준 내 이견이 상당하다는 점을 반영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애덤 포센 소장은 "중요한 것은 결정에 합의이지, 추론에 대한 합의가 아니다"라며 파월은 투표에 다양한 근거가 있는 위원회를 대변하고 있다. 파월이 실제보다 더 많은 일관성이나 명확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는 것은 파월에게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는 연준 내 다양한 이견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7월에 이어 또다시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파월이 7월에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해 이후 장기 금리가 급락했고, 강달러를 촉진했다는 것이다.

뉴욕에서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로버트 부르스카는 WSJ에 "연준이 탄탄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몇차례 금리 인하를 정당화할 좋은 근거가 하나 있었다"라며 그러나 "대신 (인플레 주장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리고, 두 개의 다른 혼란스러운 이유를 부각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의 마크 카바나 미 단기금리 전략 헤드는 CNBC에 "파월은 약간 곤란한 상황에 부닥쳐있다"라며 "위원회는 분열돼 있으며, 대통령의 압박도 상당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여 의미 있는 수준으로 완화에 나설 상당한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월이 미미하게나마 (전망을) 더 우려하고 있으며, 더 완화적인 발언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완화를 하는 것을 편하게 느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며 "연준이 (시장을) 실망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2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