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저금리 장기화로 과거 일본 보험사가 잇따라 도산하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한국 보험사도 저금리·저성장에 직면하면서 과거 고금리로 판매한 상품에 대한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 포화와 수익성 악화, 규제 강화 등 '삼각파도'를 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일본 보험사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일본 보험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잇달아 파산했다. 경기침체와 저금리 기조에서 운용자산 수익률이 하락하고 역마진이 발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보험사의 부실 우려가 커진 점도 연쇄 파산을 촉발한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일본 보험업계는 1997년 4월 닛산생명을 시작으로 연쇄 파산을 경험했다.

실제로 1999년 6월 도호생명, 2000년 5월 다이이치화재, 다이하쿠생명이 문을 닫았다.

2000년 8월 타이쇼생명, 2000년 10월 치요타생명, 쿄에이생명, 2001년 3월 도쿄생명 등도 파산절차를 밟았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경기침체와 저금리 등으로 일본 보험사의 역마진이 누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일본 보험업계는 1980년대 경제호황과 함께 급성장했다. 일본 생명보험사는 1987년 24곳에서 1999년 46곳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업계 간 판매경쟁이 심화됐다. 일본 생보사는 고금리 저축성상품 판매를 확대해 외형성장을 추구했다.

당시 높은 주가 등을 반영해 계약자에게 높은 예정이율을 제공하는 상품도 판매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플라자 합의 등으로 일본에서 1~2%의 저금리가 지속됐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미국 달러화 강세를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의 재무장관이 맺은 합의다.

보험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며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자 일본에서는 내수경기를 부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영향 등으로 일본 보험사의 운용자산 수익률이 하락했다. 역마진 문제도 심화됐다.

일본 생보사의 총자산 대비 채권 비중은 1990년 8.4%에서 1998년 24.7%까지 확대됐다.

실제로 일본 생보사의 운용수익률은 회계연도(FY) 1988년 7.1%에서 1998년 2% 초반까지 하락했다.

일본 생보사의 역마진 규모는 1999년 약 1조6천억 엔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 결과 1997년 4월 닛산생명이 일본 생보사로서 처음 파산하게 됐다.

일본 보험사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보유 계약이 감소한 점도 일본 보험사의 연쇄 파산을 촉발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일본 감독당국은 닛산생명 파산을 계기로 1998년 6월 리스크 기반 지급여력제도(RBC)를 도입했다. 회사별 리스크를 파악하고 부실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그 영향으로 RBC 비율이 낮은 보험사에서 보유 계약이 감소했다. 해약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일본 보험사의 경영부담이 가중됐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생보사의 보유 계약고 변화추이를 보면 닛산생명이 파산했던 1997년 이후 업계 전반적으로 보유 계약고가 감소했다"며 "특히 도호생명 등 부실 우려가 있는 보험사의 계약고는 더 크게 감소했다. 이는 일본 보험사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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