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최근 정제마진이 주춤한 가운데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마저 정유사 실적에 불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상반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정유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하반기까지 지속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제기되는 상황이다.

2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기준 싱가포르 크랙마진은 일부 정유사 설비 재가동에 따른 공급 증가 우려 등으로 전주 대비 소폭 하락한 배럴당 4.1달러로 나타났다.

정제마진은 지난달 배럴당 7.5달러로 연고점을 기록했지만, 재차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6주 연속으로 축소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 여파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세까지 더해지면서 정유사업의 감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4월 연고점인 배럴당 74달러대까지 상승했다가 반전 하락하면서 지난 주말 기준 59달러대로 60달러 선을 밑돌았다.

국제유가 하락은 정유사들의 재고평가 손실로 이어져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앞서 올해 상반기에도 4개 정유사들은 합산 1조7천26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치면서 수익성이 1년 전보다 53% 줄었다.

증권업계는 올해 3분기에도 정유업계가 부정적인 재고 효과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1년 전보다 49% 감소한 4천2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개월간 18개 증권사가 제시한 실적 전망치를 토대로 한 컨센서스다.

에쓰오일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4개 증권사 평균)은 전년 동기 대비 45% 줄어든 1천73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제해사기구의 IM0 2020 정책 효과로 오는 4분기부터 경유를 중심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수요 위축 가능성이 변수로 떠올랐다.

아울러 화학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마진이 약세를 보이면서 화학사업도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파라자일렌(PX) 가격은 연초 상승하는 듯했지만 재차 하락하며 이달 중순 기준 연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정유사들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화학사업을 키우면서 본업인 석유사업보다 더 큰 수익을 내고 있었던 만큼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최근 치솟은 환율도 악재로 지목된다.

이달 초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고조에 달하면서 1,200원을 돌파한 달러-원은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인 1,223원까지 올랐다.

현재 달러-원은 1,218원대로 1,200원대에 안착한 모습이다.

원유를 달러로 구매하고 외화 표시 부채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환율 상승은 정유사들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달러-원 환율이 5% 상승하면 SK이노베이션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상반기 기준 684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기보수 시즌 이후 일부 설비 재가동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했다"며 "화학제품 수요는 2분기 대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일부 제품들의 공급 증가 우려로 가격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8월 들어 하락하기 시작한 정제마진 때문에 정유사업의 기대치를 높게 가져가기는 불안한 상황"이라며 "원화 약세와 나프타 가격 하락의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가 좋지 못했기에 화학제품 가격도 하락해 실적이 좋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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