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목표제 채택하라

중간단계로 대차대조표 목표 설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월가의 이코노미스트인 미즈호증권의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리치우토가 공개서한 형식을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현행 금리 목표제를 폐기하는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리치우토는 24일 마켓워치에 올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파월에 "금리 목표제를 포기하고, 대차대조표를 정책 결정의 중간 단계 목표로 사용하는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채택하라"고 제안했다.

리치우토는 또 단기금리를 정책 대신 시장의 힘에 의해 결정되도록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1970년대 말 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직면했던 스태그플레이션 환경 때처럼 경제에 늘어나는 불균형에 대응하는 연준의 능력에 대한 신뢰가 약화했다며 파월 역시 똑같은 도전적인 환경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1970년대는 임금상승 악순환의 결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지만, 현재는 저임금 상승과 계속된 비용절감 환경 등으로 디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다는 게 리치우토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엔 과도한 수요와 약달러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반대로 과잉 공급과 달러 강세가 역내 경제를 디플레이션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치우토는 이러한 디플레이션 국면의 금리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는 길은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확대하면서(돈을 찍어내면서) 인플레이션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치우토는 1979년 볼커가 정책을 전환하기 이전,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목표제는 인플레이션 심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지금은 오히려 점진적 금리 접근법이 디플레이션 심리를 촉발하는 데 일부 기여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볼커가 결국 금리 목표체를 폐기하고 스태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통화공급량을 목표로 했다며 덕분에 지급준비금이 억제돼 단기 금리가 빠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과도한 통화공급을 억제하면서 은행 지준을 축소할 수 있게 됐고, 결국 단기금리가 급등,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했고, 달러는 강세 전환됐다.

리치우토는 연준의 작년 12월 금리 인상 이후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고, 주식이 폭락한 점, 이후 연준이 7월 금리를 내린 점,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50bp 금리 인하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점 등을 들어 정책당국자들이 현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이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 목표제를 폐기하고 인플레이션을 2%나 그 이상으로 두는 인플레이션 목표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는 단기금리를 빠르게 하락시키고, 수익률 곡선을 가파르게 만들어 리세션이나 디플레이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리치우토는 중간단계 목표로 대차대조표 목표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차대조표를 확대·재편할 것을 촉구했다.

일단 대차대조표의 초기 목표를 2015년 기록한 고점인 4조5천억달러로 설정해 인플레 기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역오퍼레이션 트위스트나 초과지준에 지급하는 금리를 없애는 방법 등도 제안했다.

리치우토는 연방기금금리가 정책과 완전히 분리되고, 시장이 추종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경우 대규모 대차대조표 상황에서 연방기금금리를 통제하는 도구들은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일본이나 유럽과 같은 디플레이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와 같은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ys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4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