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노조 결의대회에 내부에선 "위기상황 고려없다" 지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고객의 대규모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를 직면한 KEB하나은행의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다. 인사적체와 보로금 지급 이슈로 노동조합이 내달 총력투쟁을 예고하면서다.

이를 두고 은행 내부에서는 DLF로 은행이 맞이한 위기를 노조가 이용한다는 지적과 이윤 경영에 골몰한 경영의 부작용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맞서면서, 기존의 노사갈등이 노노(勞勞) 갈등으로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노조는 다음달 3일 저녁 본점에서 수도권 내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사합의 이행촉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연다.

노조는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인사제도 통합을 기념해 경영진이 약속한 특별보로금 50% 지급, 행원B(저임금 직군)의 승진인사가 실시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번 결의대회는 진정서 제출과 경영진 고발에 이은 다음 단계다.

KEB하나은행의 인사적체에 대한 불만이 나온 지는 오래다. 두 개의 메가뱅크가 합병하면서 물리적인 외형이 커졌지만, 비대면거래가 확산하는 등 글로벌 은행업 환경이 달라지며 인력운영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각각 350명과 200명의 행원A 승진을 단행했다. 관리자와 책임자 승진까지 더하면 지난해에는 1천53명, 올해 상반기에는 560명이 승진했다. 그런데도 다른 은행보다 승진 연수가 늦어 불만은 계속됐다.

이에 경영지원그룹은 지난주부터 직접 직원 설득에 나섰다. 주 40시간 근무제도와 워라벨, 일자형 창구 도입, 관리자 전진 배치 등의 변화를 고려하면 기존 정원관리 방식을 유지하는 부담이 크다는 게 골자다.

노조는 내달 3일 예정된 촛불집회 형식의 결의대회를 통해 그동안 지켜지지 않은 노사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DLF 사태로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이런 행보가 자칫 은행원의 '밥그릇 지키기'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6일 KEB하나은행 부서장협의회는 이를 지적하는 성명서를 사내에 게시했다. DLF 손실과 이번 사태로 인한 고객 이탈로 분주한 상황에서 이러한 쟁의 행위가 직원과 고객의 불안만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 더욱이 지난 23일부터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가 시작되는 등 금융당국의 집중적인 관심과 은행의 명성이 실추된 상황을 지적하며 조직 내 신뢰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에서는 지난 1월 KB국민은행 노조가 단행한 총파업과 같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당시에도 노조는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했지만, 고액 연봉자의 부자파업이란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정상 근무 후 진행되는 결의대회를 총파업과 단순 비교하는 게 무리가 있으나 대규모 DLF 손실을 직면한 고객들 입장에서는 불만을 호소할 수 있어서다.

KEB하나은행 노조는 그간 DLF 사태도 비이자이익에 치중한 경영진에 귀책 사유가 있는 만큼 고객과 직원을 위해 계속 경영진 차원의 책임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인사에 대한 조직 내 불만이 커진 지는 오래됐다"며 "하지만 DLF 손실 고객을 매일 상대해야 하는 영업점 입장에서는 노조 차원의 결의대회도 사실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5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