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월가 투자자들이 가장 유심히 보는 미국 국채 2년과 10년 만기 수익률이 역전됐다. 앞서 역전됐던 3개월과 10년 국채 수익률 격차는 더 벌어졌다. 3개월은 이제 30년물 국채수익률마저 앞질렀다.

10년 만기 국채보다 2년 국채에 더 많은 금리를 주는 줘야 하는, 기간 프리미엄이 사라진 현상이 미국 채권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간 프리미엄이란 장기 채권 보유자에게 해당 만기까지 금리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해 추가로 지불하는 가치를 뜻한다. 대체로 기간 프리미엄은 양의 값을 유지했다.









수익률 곡선 역전과 함께 어김없이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금리 역전폭이 2007년 이후 가장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사람들은 월스트리트의 위기가 메인스트리트의 위기로 전이될 것인지 염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보다 더 위험한 'J(Japanification, 일본화)의 공포'를 얘기한다. 글로벌 경제가 저금리, 저물가, 저성장 등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인데, 더 깊고, 더 구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관세 여파로 글로벌 경제 곳곳에서는 침체로 갈 수 있는 위험 신호를 깜빡이고 있다.

안전이 최고라는 인식에 자금은 각국 국채로만 몰려 마이너스 금리를 나타내는 국채 규모가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미국 국채금리도 계속 하락해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물 경제에서도 침체를 가리키는 또 다른 경고가 나온다. 부자들이 지갑을 닫아 '트리클다운 리세션' 공포도 자극하고 있다.

트리클다운은 양동이가 꽉 차 넘쳐흐른 물이 바닥을 고루 적시는 것처럼, 정부가 투자를 늘려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먼저 늘려주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게도 골고루 혜택이 간다는 이론이다. 이른바 낙수효과다.

미국 경제가 마지막까지 기대고 있는 부분은 소비다. 그 소비는 대부분 부유층이 이끈다. 그런데 부자들이 부동산부터 클래식 자동차, 예술품, 귀금속까지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CNBC는 계속 소비를 하는 중산층과 달리 지금 미국 경제에서 가장 약한 부분은 부유층이라고 진단했다.

맨해튼과 같은 고가 부동산 매매는 6분기 연속 둔화했다. 금융위기 이후 럭셔리 부동산이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150만 달러 이상 주택 판매는 2분기에 5% 감소했다. 팔리지 않은 저택과 펜트하우스가 쌓이고 있으며 특히 호화로운 휴양 도시는 거의 3년 치에 가까운 재고를 쌓고 있다.

상위 1%를 공략하는 유통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바니는 파산 신청을 했고, 노드스톰은 3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일반 소비자 중심의 월마트와 타겟이 예상보다 강한 실적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최고가 경매 기록을 깨는 곳으로 잘 알려진 세계 최대의 희귀자동차 경매에서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번달 페블 비치 자동차 경매에서 100만 달러 이상에 판매되는 차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미술품 경매 판매도 수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상반기 소더비의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0%, 크리스티는 22% 줄었다.

대신 부유층은 저축으로 몰렸다. 소득 상위 10%는 지난 2년 동안 저축액을 2배 이상으로 늘렸다. 부유층이 현금을 쌓고 있다.

세금, 부동산 침체 등 이들 부자가 소비를 줄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문제는 부유층이 갑자기 소비를 줄이면 나머지 부분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분석에 따르면 상위 10%의 소득자가 전체 소비자 지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고소득 소비자들이 지출을 조금이라도 더 줄인다면 경기 확장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부자들은 해외에서 사업을 하거나 해외 비중이 높은 기업을 소유하는 경우가 많아서 전 세계에서 형성되고 있는 경제 폭풍을 더 빨리 감지할 수 있는 조기 경보시스템으로 인식된다.

R 공포, J 공포, D 공포 등 사방을 둘러봐도 공포뿐이다. 이 공포를 야기한 무역전쟁의 결과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지금 상황이 '위기의 서막'인지, '통 트기 전 새벽'인지도 알 수 없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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