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러다 들러리만 서다 나오게 될 수도 있겠다"(사모펀드 관계자)

내달 3일 예비입찰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을 두고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사모펀드의 인수전 참여를 배제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항공운송면허 발급 권한을 쥔 정부도 사모펀드의 항공사 인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가 단독으로 입찰에 뛰어들 경우 '적격 투자자'로 받아들일수 없다는 기류가 최근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는 기업이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된듯한 양상이다.

하지만 항공사업법 등을 보더라도 외국인 출자자와 임원 자격 등의 법적 요건을 맞춘다면 사모펀드를 배제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에 따라 최근 매각 주체와 당국 등의 이러한 분위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모펀드들은 부글부글하고 있다.

대형 사모펀드의 고위 관계자는 29일 "최근 금호산업과 산은 안팎에서는 전략적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을 경우 사모펀드의 인수는 어려울 수 있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면서 "명백히 불공정 입찰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애경그룹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모펀드마저 입찰 참여를 제한할 경우 흥행 실패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수·합병(M&A)시장에서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에 더해 신주까지 인수하고, 채권단의 지원금까지 상환하는 것을 모두 고려하면 인수가격이 2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형국이다.

이렇다 보니 유찰에 대비한 플랜을 짜는 곳도 나오고 있다.

유찰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손으로 넘어가 감자 등을 거쳐 가격이 낮아지면 그 때 한번 계산기를 두드려 보겠다는 심산이다.

사실상 대기업 등의 전략적 투자자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모펀드의 입찰 참여까지 막아서려는 분위기가 기정사실화한다면 철저히 인수자 중심의 딜로 무게중심이 급변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그간 채권단이 강조했던 '가격 우선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점은 논란을 부를수 있다.

앞서 산은 등 채권단은 지난 2015년 말 쌍용양회를 매각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유력 인수 후보였던 한일시멘트는 전략적투자자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금력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당시엔 사모펀드가 기업의 회생과 성장을 이끌 주체인 것처럼 판단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항공산업의 민감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최대한 일관된 원칙과 공평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사모펀드의 다른 관계자는 "경영이 악화해 매각에 내몰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펀드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며 "사모펀드가 규제산업에 투자해 성과를 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고도 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주요 항공사들은 사모펀드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버크셔 해서웨이(지분율 9.6%)가 최대주주이고, 뱅가드그룹(7.1%)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블랙록(5.20%)과 프라임캡 매니지먼트(4.17%) 등도 주요 주주다.

아메리칸에어라인도 프라임캡 매니지먼트(14.96%)를 시작으로 비슷한 주주 구성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분을 대부분 보유한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을 제외하면 일본과 유럽 항공사들의 주주 현황도 비슷하다.

매각 측은 사모펀드가 인수할 경우 향후 재매각에 따른 불확실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을 통해 '자본재조정(리캡)'등의 기술적인 방법을 동원한다면 재매각 이슈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사모펀드의 주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강남 아파트는 또 살 수 있지만 국적 항공사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연내 매각을 자신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구경꾼 조차도 없는 상황이라면 연내 매각은 물론 유찰의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현재 상황을 다수의 원매자들이 '내 패를 먼저 보이지 않겠다'며 애써 관심을 감추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양한 원매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폭넓게 검토해 봐야 할 때라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업금융부 정원 기자)

j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5시 1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