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대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내는 결정을 하면서 삼성은 더욱 암울한 앞날을 맞게 됐다.

상고심에서 뇌물 액수가 50억 원이 추가로 인정되고, 그동안 거듭해 부인했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도 인정되면서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와 함께 재수감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따른 반도체 경기 하강과 실적 급락에 더해 일본의 강력한 수출규제로 최악의 경영환경에 부닥친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략과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리더십에도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삼성이 최씨 측에 제공한 말 3필과 관련해 소유권 자체를 넘겨준 것으로 보고 말 구입액 34억 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또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 혐의액 16억원도 뇌물액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 부회장이 최순실 씨 측에 제공해 유죄로 인정된 뇌물공여액이 5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난 데 따라 이 부회장의 법정형은 '징역 5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무기징역'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선고형이 징역 3년을 넘을 확률이 높아진 데 따라 2심에서와 같은 집행유예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일단 그간 지속해 온 현장경영을 지속하면서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담담하게 법적인 판단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반도체 생산시설이 있는 기흥·화성 사업장을 찾는 등 예정된 현장 경영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책을 발표한 후인 이달 초부터 현장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지난 5일 반도체 부문과 전자 계열사 사장단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연 후 6일 삼성전자 반도체 패키징·개발을 담당하는 온양·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9일 평택 반도체공장, 20일 광주가전사업장,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삼성은 그러나 사실상 '총수'인 이 부회장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라 현안 대응 능력과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몇 년간 이 부회장의 재판 등으로 지연된 글로벌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2017년 자동차 전장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후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대형 M&A는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는 10월 만료되는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 여부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2년 만인 2016년 삼성전자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IT산업환경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등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어 이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반도체 경기 하강과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분쟁으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데 따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한 상태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 등에 따라 연임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인정액이 늘었지만, 70억 원이 뇌물로 인정됐는데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때와 같이 감경될 수도 있다"며 "임직원의 사기가 떨어지고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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