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외환당국 메시지의 결이 달라졌다
[데스크 칼럼] 외환당국 메시지의 결이 달라졌다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9.08.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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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1,200원대에서 거래 중인 달러-원 환율은 서울외환시장 역사로 보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달러-원이 1,200원을 뚫고 올라간 시기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로만 보면 손에 꼽을 정도다. 2010년 5월과 2011년 10월 잠시 1,200원대를 넘어선 후 다시 이 가격대를 회복한 건 4년 후인 2015년 하반기였다. 2016년 12월 잠시 뚫었다가 3년여가 지난 최근에 다시 1,200원선을 넘어섰다. 이달 초 우리 경제에 위기가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한 것도 자주 볼 수 있는 환율대가 아닌 이유일 것이다.

달러-원은 여전히 1,210원 언저리에 머물러 있으나 시장 심리는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많이 안정을 찾았다. 환율 레벨보다는 가파른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덕분이다. 외환시장 재료 대부분은 아직 위쪽을 향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갈등, 홍콩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한국 경제 펀더멘털 우려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다. 그런데도 달러-원 상단이 번번이 막히는 것은 외환당국에 대한 경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1,220원선의 빠른 상향 돌파는 최대한 막으려고 한다. 시장 심리가 쏠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당국의 의지를 파악한 시장은 환율 상승 재료에도 롱베팅(달러 매수)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인사 등을 통해 외환당국 진용이 더 탄탄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국과 맞서서 결코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더 강해지는 분위기라고 시장 참가자들은 얘기한다.

먼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다. 위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 '해결사'로 불리는 실력파 경제 관료다. 상황 진단이 정확하다는 평가대로 김 차관은 지난 19일 취임 일성으로 '시장 안정'을 꼽았다. 특히 지난 26일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의 김 차관 발언은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됐다. 그는 시장 쏠림 시 선제적이고 단호한 시장 안정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원화가 위안화 움직임의 영향을 받아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당국은 원화가 위안화 등 외부 변수에 연동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김 차관이 위안화의 '프록시(proxy)'로서 원화를 과도하게 이용해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을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라 당국의 존재감은 더 부각되는 분위기다. 김 차관의 위안화 발언을 두고 이전과는 당국의 환율에 대한 메시지의 결이 달라졌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기재부 현직 관료 중 대표적인 '국제금융통' 윤태식 국장의 복귀 소식도 시장의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27일 국제금융국장에 임명된 윤 국장은 25년 공직 생활의 절반 이상을 '국금 라인'에서 보냈다. 국제금융국 내 국제기구과장과 환시 개입 실무 책임자인 외화자금과장, 주무과인 국제금융과장까지 섭렵했다. 2014년 이후 고용휴직 때는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하기도 했다. 기재부 대변인까지 거친 터라 그의 소통 기술은 더 좋아졌을 것이라 기대한다. 국금국장 임명 직후 가진 연합인포맥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그는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안정에도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과거 외자과장과 국금과장 재직 당시 개입 스탠스 등을 돌아보면서 시장의 쏠림은 절대 허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성욱 뉴욕총영사관 재경관의 기재부 원대 복귀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윤태식 국장의 뒤를 이어 대변인을 맡게 된 김 국장 역시 정통 국제금융통이다. 김 국장도 국제기구과장과 외자과장, 국금과장 등의 핵심 보직을 맡으며 국금 라인을 제대로 밟아왔다. 환시 실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약하지만, 기재부 전체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당국의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최근 외환당국의 또 다른 축인 한국은행도 국제국장과 외환시장팀장을 새로 임명하는 등 진용을 재정비한 상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라 기재부와 한은의 시장 안정 의지는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새로 진용을 갖춘 양 당국의 찰떡 호흡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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