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원심을 모두 파기환송 하면서 롯데그룹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묵시적 부정 청탁'에 의한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한 만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상고심에도 일정 부문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신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 일정은 미정이나 늦어도 연내 이뤄질 전망이다.

롯데는 전일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신 회장의 상고심 선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비슷한 쟁점을 다루고 있는 만큼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도 2심 판단을 깨고 파기 환송할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는 이미 1·2심에서 뇌물이 인정돼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기에 삼성과는 사안이 다른 면이 있다"면서 "이 부회장 상고심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지만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2016년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과 관련해 도움을 받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묵시적 청탁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지만, 2심은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고 판단, 처벌 수위를 집행유예 4년으로 낮췄다.

이번 대법원판결의 핵심은 삼성 측이 최순실 씨가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을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실체도 없고 이에 따라 묵시적 청탁을 할 이유도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어 2심에서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말 3마리 구매비(34억원)와 최씨가 실소유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금(16억원)까지 뇌물로 인정했다.

만약 대법원 선고에서 2심과 같이 이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이 없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다면 신 회장 입장에서도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원심 판단이 바뀔 일말의 여지는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신 회장 역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원심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이 강요에 의한 뇌물 제공이라는 기존 재판부 판단이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낮아진 처벌 수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 부회장처럼 강압에 의한 뇌물이라는 판단이 뒤집혀 파기 환송될 경우 롯데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신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그룹 정상화에 매진해 온 노력이 물거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너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호텔롯데 상장 등 지주사 체제 완성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거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경제 보복 이후 유니클로, 아사히맥주 등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롯데가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파기환송이 되면 사업 활동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 "롯데 입장에서는 최대한 방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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