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식운용역에게 보험금 지급능력평가에서 'AAA'를 받은 생명보험사의 주식도 사지 말라고 했습니다."

최근 사석에서 국내 공제회의 한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생명보험사가 보험금지급능력평가에서 'AAA'를 받았으면 신용위험이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 CIO는 'AAA'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만큼 국내 보험산업이 불안하다는 의미다.

실제 경기 침체와 저금리 등으로 국내 보험산업이 역성장하고 있다. 국내 보험산업의 보험료 성장률은 2015년 5.4%, 2016년 3.6%, 2017년 마이너스(-) 1.0%, 지난해 -0.2%를 기록했다. 올해는 0.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국내 보험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5년 7.04%에서 지난해 6.66%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이익률(ROA)은 0.81%에서 0.75%가 됐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약 1조1천억원)을 제외하면 보험사의 수익성 둔화는 더욱 뚜렷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국내 보험사가 일본 보험사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최근 '저금리 덫에 빠진 보험'이란 기획 기사를 송고했다. 일본 보험사가 저금리 덫에 걸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잇달아 파산했기 때문이다. 기사가 나가고 이틀 후 보험연구원은 파괴된 보험 생태계를 재건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있다. 당연히 보험사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금융당국 뒷받침이 절실하다. 시장과 보험업계에서 각종 규제로 힘들다는 소리가 들리는 탓이다.

보험사 환헤지 규제 방안이 그 예다. 앞서 올해 1월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장기채 위주로 외화증권에 투자하는데 환헤지를 할 때 대부분 1년 이하 외환(FX) 스와프를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외화채권과 환헤지 간 만기 차가 과도하면 보험사에 요구자본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차환(roll-over)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규제를 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렇게 규제만 하면 보험사의 해외자산 운용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보험사의 자산스와프가 장기 구간에 몰려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왜곡될 수 있는 탓이다. 따라서 환헤지 규제와 함께 외환당국 등이 외화자금시장 유동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장 조성에 나서야 한다. 보험사가 금리 위험을 헤지할 수 있도록 장기구간 금리스와프(IRS) 등 금리파생상품도 활성화해야 한다.

또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해외자산 소유비율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해외자산에 투자할 때 일반계정에서 총자산 대비 30%를, 특별계정에서 각 특별계정자산 대비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 자산운용의 자율성을 제약한다. 금융당국은 2015년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서는 보험사가 일반·특별계정에 속하는 자산을 운용할 때 준수해야 하는 해외자산 소유비율 규제를 100분의 50으로 완화했다.

신지급여력제도(K-ICS)도 연착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2022년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될 때 K-ICS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산·부채를 시가평가하는 K-ICS가 도입되면 국내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에 최근 금융당국은 K-ICS 시행 초기 2~3년간 현행 RBC비율과 K-ICS비율을 병행 산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제도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보험사의 자산·부채 구조 개선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지원방안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런 계획이 발표로 끝나면 안 된다. 실행이 중요하다. (자산운용부 김용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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