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비호적 경기여건으로 국내 은행들의 대손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 이후 은행권 실적에서도 대손비용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은행산업 국가리스크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 은행들은 향후 몇 년 간 현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은행의 대손비용이 다소 증가하고 저금리 상황에서 순이자마진 압박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P는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경기 둔화 등 경기여건의 비우호적인 전개가 대손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앞서 무디스도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게 되면 국내 은행들의 대손비용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대손비용은 대손충당금 전입액과 대손준비금 전입액을 합한 비용을 말한다.

이처럼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은행들의 대손비용 상승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낮은 대손비용은 그간 은행권 호실적의 실질적인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들의 대손비용은 4조4천억원으로 2017년과 비교해 39.5% 급감했다. 총여신 대비 대손비용의 부담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대손비용률은 지난 1분기 기준 0.19%로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경기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향후 대손비용의 추이는 은행권 실적과 수익성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부터 경기하강 신호가 뚜렷해졌음에도 은행들의 대손 부담은 이례적으로 매우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대출 충당금 환입 추세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우호적인 신용공급 여건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은행들의 대손비용이 감소해왔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이런 요인들이 사라질 경우 은행들의 대손비용 상승 압력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먼저 기업대출 충당금 환입은 과거 이미 부실화된 여신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인식되는 수익이란 점에서 일회성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한진중공업 출자전환 영향 등으로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충당금 환입 규모는 3천16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충당금 환입으로 총 5천323억원의 대손비용이 순감했다.

은행들의 높은 대출성장률에서 엿볼 수 있었던 우호적인 신용공급 여건 역시 앞으로 경기둔화가 심화하면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다.

전배승 연구원은 "경기 펀더멘털 대비 느슨한 신용공급 여건은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차주에게도 용이한 리파이낸싱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출채권의 부실화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반면 경기둔화 심화로 신용공급 여건이 악화하면 대출의 부실화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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