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홍콩에 대해 곧 경기침체가 닥칠 수 있다고 차이신이 29일 보도했다.

매체는 지난 16일 홍콩 정부는 2분기 전년 대비 성장률 확정치를 0.5%로 내놨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분기 성장률이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3분기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기술적 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 줄어든 방문객… 소매업·관광업 타격

매체는 지난 6월 시위가 시작한 이후 많은 홍콩 내 상점들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홍콩 침례대학의 빌리 막 수이 교수는 한 가게가 일주일 중 하루를 강제 휴업할 경우 매출이 최대 7% 줄어들 것이라면서 10% 넘게 매출이 줄어들 경우 임금삭감이나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경제발전국장은 이달 15~20일간 홍콩을 방문한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약 50% 감소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31개 국가 및 지역들이 홍콩에 대해 여행 경보를 발령한 상황이다.

막 수이 교수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발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의 여행 경보 발령으로 홍콩 전체 레스토랑 개수의 약 10% 수준인 레스토랑 1천500곳 정도가 문을 닫았다면서 이번에는 최대 2천개의 레스토랑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1만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 미·중 무역전쟁

미·중 무역전쟁은 송환법 시위 이전부터 홍콩 경제를 짓눌렀다.

올해 상반기 홍콩 상품 수출 및 수입액은 전년 대비 각각 3.6%, 4.5% 줄었고 중국 본토로 향하는 제품 수출액은 6%, 미국으로 향하는 제품 수출액은 11.1% 감소했다.

매체는 2017년 기준으로 봤을 때 무역 및 물류는 홍콩 GDP의 21.5%를 차지했다면서 홍콩 경제의 최대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빌리 웡 홍콩무역발전국(HKTDC) 리서치 부디렉터는 홍콩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전기·전자 제품의 대다수가 완제품이 아니라면서 미국으로 수출되기 전 중국에서 제품 가공을 마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의 수요가 줄게 되면 원자재나 중간재를 공급하는 홍콩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홍콩 동아은행(BEA)의 폴 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수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본토 내 비용이 상승하면서 완구, 섬유, 플라스틱 제품 등과 같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 제품 중심으로 공급망이 동남아로 이동하고 있다.

탕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본토에서 공급망이 빠져나가 주문이 홍콩을 통해 들어오지 않으면 이는 무역에 대한 홍콩의 위치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본토가 무역 및 해운업을 발전시키면서 중국과 해외 간 중간다리였던 홍콩의 역할도 줄었다고 매체는 부연했다.



◇ 홍콩, 亞 금융허브 지위 유지할 수 있나

교통은행의 홍 하오 리서치 헤드는 홍콩의 채권시장이 올해 상반기 상당히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으며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시에서도 유통시장이 크게 타격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발행시장이 조달한 자본 규모는 주목할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84개 기업은 총 718억 홍콩 달러의 자본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점점 더 위험 회피적 성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지난 5월 항셍지수는 30,000을 웃돌았지만 이후 약 20% 급락했다.

투자은행 구직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차이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몇몇 투자은행의 경우 직원 수를 동결시키거나 심지어 프런트 오피스 직원을 감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싱가포르계 은행 관계자는 상당수의 홍콩사람이 싱가포르에 계좌를 열고 있다고도 말했다.



◇ 홍콩의 장점…선전으로 넘어가

선전이 '중국판 실리콘 밸리'로 떠오르는 와중에 홍콩은 점차 뒤처지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중국 본토 경제가 완전히 발전한 후에도 홍콩이 여전히 중국 본토에 중요한 존재일지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은 의문을 품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금융업계 고위 임원은 중국 본토와 금융시장을 더 개방할 경우 홍콩의 금융서비스 산업 이점이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 지역을 연계해 세계적 혁신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웨강아오 대만구' 프로젝트에서 그동안은 홍콩이 중심이고 다른 지역이 뒷마당처럼 보였으나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홍콩이 뒷마당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지난 18일 선전을 '중국 특색사회주의 선행시범구'로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jw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1시 2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