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금 입김축소 등 새로운 평가기준 첫 적용



(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정지서 기자 = 올해 하반기 계약이 만료되는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권을 놓고 은행 간 본격적인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

무엇보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유치과정의 과당경쟁을 줄이고자 평가 기준을 개선한 뒤 진행되는 첫 입찰이라 금융당국의 관심도 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상북도와 충청남도는 이르면 이번주 도금고 신청을 공고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신청 공고를 냈던 경상남도와 대구광역시도 조만간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다.

이번 지자체 금고 입찰은 지난 3월 행정안전부가 '지자체 금고지정 평가 기준'을 개선한 이후 사실상 첫 입찰이다.

당시 행안부가 주도한 개선안은 은행의 과도한 출연금 경쟁을 막고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있었다. 이를 위해 출연금 배점은 낮추는 대신 지역 내 영업망 수나 지역 재투자 관련 배점을 높였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만큼은 지방은행의 영업권을 보호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해외 신용평가사의 배점 기준도 낮춰 그간 지방은행에 불리하게 작용하던 제약조건을 개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반기 입찰에서는 지역 재투자 등의 개선안이 처음으로 적용된다"며 "지방에서 예금과 대출 영업을 많이 하면서 해당 지역 기반으로 금융 생태계를 잘 꾸려나가고 있는 은행이 그 지역의 금고 선정에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충남 등 입찰을 공고한 지자체 금고 선정 평가 배점표에서 출연금이 차지하는 점수는 100점 중 2점에 불과하다.

시중은행 사이에선 불만도 나온다. 원래 지방의 금고시장은 해당 지역에서 네트워크가 많은 지방은행과 농협은행의 점유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업권 내 분위기 파악을 위해 제안서 설명회는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 입찰 참여 여부를 두고는 냉랭한 분위기가 돌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순하게 하나의 요인으로 인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입하기 매우 어렵다"며 "특히 이번 달라진 기준 아래서 지방에 도전하기는 더 그렇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과 지방은행이 지자체 금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힘 빼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수익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하반기 지자체 금고 입찰에 들어갈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은행도 입찰의 결과를 자신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출연금이 포함된 협력사업계획 배점이 4점에서 2점으로 하향조정됐으나 금리 배점이 15점에서 18점으로 커져 역시나 은행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연고지에서만 금고 경쟁에 참여하는데 행안부의 제도개선이 지방은행에 유리하게만 바뀐 것은 아니다"며 "출연금 아닌 이자 경쟁으로 유도되며 결국 여력이 있는 은행 간 싸움으로 달라졌다. 상징성 이외 수익성만 따져본다면 들어가는 게 맞는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하반기 지자체 금고 입찰을 보고 제도 개선의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만약 실효성이 없다면 또 다른 개선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선안이 하반기 입찰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가이드라인도 검토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행안부의 개정안은 출연금 중심의 금고은행 경쟁이 잘못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금고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은행권 내에서도 굉장히 다르다. 최대한 공정한 원칙에 따라 입찰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hson1@yna.co.kr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7시 5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