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진짜 속내는 뭘까. 4차산업혁명의 주도권 확보에서부터 정치외교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 연구소 등 일부 전문가는 '왜 우리만 세계경제의 견인차가 돼야 하나'가 미국의 입장이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CFR(COUNCIL on FOREIGN RELATION)의 브래드 세서 연구원은 '중국,독일,네덜란드 그리고 한국이 늘릴 때가 됐다'는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미국 식자층의 속내를 드러냈다.

브래드 연구원은 미국이 그동안 소비를 통해 세계 경제를 끌어온 견인차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줄기차게 소비해온 덕분에 세계 각국의 제조업이 버틸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세계 경제가 더 이상은 미국의 소비에 기대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요 사이드의 성장이 GDP대비 3%포인트 이상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서다. 경기 부양책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는 한국,중국,독일 등 제조업 강국이 미국 소비에 기대 무임승차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제 (미국 소비덕분에 부자가 된) 한국과 중국 등 이른바 쌍둥이 흑자 국가가 세계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을 늘려야 한다는 게 브래드 연구원의 주장이다.

중국은 가계의 저축이 GDP의 23% 이른다. 가계저축률의 글로벌 평균은 8% 수준이다. 구매력평가 기준 중국의 개인 소득은 브라질과 같은 수준이지만 개인별 소비는 나이지리아 수준이라는 게 IMF의 분석이다. 중국의 가계가 브라질만큼만 쓰면 소비가 당장 두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진단됐다.

제조업 강국이면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모두 흑자인 한국도 세계 경제에 좀 더 기여해야 할 국가로 지적됐다. 한국의 재정수지 흑자는 GDP의 2%가 넘는 수준이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도 재정흑자는 GDP의 1.75% 수준이다. 스웨덴,스위스 등도 2% 안팎 수준의 재정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GDP규모는 크지 않다.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등 쌍둥이 흑자국가인 한국 등이 이들 수지를 제로 수준까지만 써도 글로벌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진단됐다.

한국,독일,네덜란드 등은 그동안 엉터리 재정 확대 정책을 썼다는 게 브래드 연구원의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에서 가장 난감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다. 대중 수출 비중이 30%에 이르고 미국이 13%에 이르는 등 두 나라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 가운데 어느 한 나라 편을 들기도 어렵다. 둘이 싸울 때는 어느 한편을 들기 보다 나만의 명분을 쌓는 게 중요하다. 미국 식자층의 지적처럼 한국도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 등을 통해 세계 경제에 한몫할 때가 왔다. 전년대비 9.5% 늘어난 513조원 규모의 예산안이 미중 무역전쟁에 대비한 한국의 묘수풀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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