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코스닥 활성화에 이어 바이오기업 등의 상장 요건을 완화하면서 다산다사(多産多死)를 내세우던 코스닥시장이 완화적인 정책의 부작용을 앓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코오롱티슈진에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데 이어 신라젠에서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연달아 나오면서 바이오 업종에 대한 경고음이 울렸다.

한 코스닥시장 전문가는 2일 "과거에는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는 다시 개선기간을 주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규정 개정을 통해 또다시 개선기간을 주는 등 상장폐지 규정이 크게 완화했다"며 "바이오 기업의 경우 사실상 적자가 나도, 연구성과가 없어도 대표가 횡령, 배임을 하지 않는 이상 계속 경영할 수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거래소 기심위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코오롱티슈진 역시 실제로 이의제기와 개선 기간 가능성을 고려하면 상장폐지까지 못해도 2년은 걸린다는 게 중론이다. 개선기간 부여시 최장 2년간 개선계획을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바이오 기업을 키우기 위해 상장요건과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해 준 점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문가는 "다산다사를 목표로 처음에 규정을 완화해줬지만 상장폐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연구 성과를 검증할 수 없는 투자자들로서는 나중에 업체 경영진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자금을 빼돌리게 되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며 "개선기간 동안 신약개발 외 다른 사업을 또 추가하면서 회사의 목적을 흐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기업 상장 요건은 지난 6월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개정 당시 크게 완화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바이오, 핀테크 등 혁신기업에 대해 그동안 매출, 이익 등을 중심으로 보던 상장심사를 기술, 혁신성 중심으로 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신약, 신제품 개발시 매출 확장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는 한편, 관리종목 지정이나 회계감리 부담도 줄여주겠다는 방침이다.

바이오 기업은 특히 기술 평가 항목을 구체화했지만 관리종목 지정 요건이 완화했다.

그동안은 연매출 3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했지만 앞으로는 연매출 30억원에 못미쳐도 최근 3년간 매출 합계가 90억원 이상이면 관리종목 지정이 면제됐다.

다만, 2년 연속으로 매출이 3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제약 및 바이오기업 상장관리에서 장기 영업 손실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은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기로 한 바 있다.

평균 임상소요기간 6~7년 동안은 매출 30억원 미만이라도 관리종목 지정도 면제해주는 식이다.

사실상 바이오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주어지는 각종 특혜가 오히려 악용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정부의 정책에 맞물린 특정 산업, 종목에 대한 상장 지원책은 비단 바이오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9일부터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안)'의 일환으로 소재, 부품기업 상장을 지원하는 특례를 마련했다고 이날 밝혔다.

소재·부품 전문기업은 다른 심사 청구기업보다 우선 심사하고, 45영업일이던 심사 기간도 30영업일 내외로 단축한다.

이는 최근 반도체 관련 한일 수출 갈등이 이어지면서 국내 소재, 부품기업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상장 지원 정책이 향후 제대로 된 상장관리로 연결되지 않으면 또 다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오롱티슈진이나 신라젠처럼 내로라 하는 바이오기업의 경우 상장폐지되면 투자 피해가 너무 크다는 관측도 나올 정도다.

한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의 경우 상장폐지가 좀처럼 되지 않는 것은 신약 개발하는 기간이 그만큼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며 "다만, 신약개발을 못했다고 해서 바로 어떤 요건에 의해 상장폐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본잠식이 됐을 경우에는 바이오기업도 상장 폐지될 수 있어 상장폐지로부터 완전히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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