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급락하며 경기 침체 우려를 증폭하지만, 최근 시장 움직임은 과장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기술적 매수세로 대응하는 세 가지 헤지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으로, 숏은 없고 롱 플레이만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최근 채권 금리의 하락세는 부분적으로 은행과 보험사, 기타 투자자가 자동적인 매수에 나서기 때문으로, 그들의 기존 위험 모델과 투자 헤지 전략이 그런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시장의 10년과 30년 금리는 올해 어느 시장보다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10년물 금리는 1.50%, 30년물 금리는 1.97%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역전도 일어났는데, 이는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JP모건의 조시 영어 미국 금리파생전략 헤드는 "지난 2011년 이후 월별 최대 낙폭을 기록한 지난달 10년물 금리의 하락세는 경기 요인이 절반 이하에 그친다"며 "'강제적 매입'이라고도 불리는 헤지 활동이 없었다면 25bp는 위에 있을 것"이라소 설명했다.

그가 주목하는 채권시장의 주요 헤지 작업 중 하나는 '볼록성(convexity) 헤지'다.

채권금리 하락세는 미국인의 주택 재용자 대출로 이어졌고, 이는 기존 모기지담보증권(MBS)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환된다는 의미다. MBS를 보유한 은행과 부동산 투자신탁회사, 자산운용사 등은 짧아지는 MBS 듀레이션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가장 바르고 저렴한 방식인 장기 미국 국채나 금리스와프(IRS)를 강제적으로 사들여야 한다.

두 번째로는 연기금과 보험사의 '듀레이션 갭' 축소 작업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이들 기관의 부채는 자산보다 더욱더 빨리 늘어나고, 자산으로 벌어들이는 것과 연금 수급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의 격차, 즉 듀레이션 갭이 커진다. 이런 갭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와 연기금은 장기 국채와 같은 장기 자산 수요가 더욱 커진다.

마지막으로 채권 옵션과 선물시장에서 낮은 변동성에 대한 베팅은 시장 변동성이 급증할 때 장기 채권 수요로 이어진다. 이런 변동성 유동성이 뛰어나고 투자 제한이 없는 채권 펀드에서 활발하게 나타난다.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제임스 맥앨리비 이자율 헤드는 "이런 거래는 제한된 범위에 머무르는 변동성과 금리에 의존하는 것으로, 최근처럼 금리가 하락하면 투자자는 장기채 노출도를 빠르게 재구축해야한다"며 "그런 이유로 국채나 그와 관련된 스와프시장에 빠르게 진입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낮은 변동성에 대한 베팅은 '숏 감마' 포지션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감마란 기초물의 가격 변화에 대한 파생물 델타의 변화율로, 숏 감마 포지션은 기초 자산의 변동성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손실을 본다.

채권금리가 급락하면 장기 채권과 IRS에서 옵션 손실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맥앨리비 헤드는 "장기 금리가 하락할수록 감마 헤지, 볼록성 헤지, 듀레이션 갭 축소 등과 같은 수요가 커진다"며 "결국 모두가 매수자인 것으로, 매도자는 없는 시장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이런 특정 헤지 작업이 없었다면 채권 커브가 역전되지도 않았고, 경기 침체에 대한 뜨거운 논쟁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앱솔루트 스트래터지 리서치의 스테파노 디 도미지오 채권전략 헤드는 "채권 커브 플래트닝은 이런 (헤지) 흐름들로 악화되어 왔다"고 돌아봤다.

WSJ은 "이런 모든 헤지 활동은 확실히 미국과 유럽의 채권 금리가 결국 도달해야하는 수준까지 더욱더 빠르게 하락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야누스 헨더슨 포트폴리오의 헬렌 앤소니 매지저는 "8월 중순은 조용한 시기이기 때문에 움직임이 더욱 과장됐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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