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애경그룹이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과 손을 잡길 원했지만 모두 거절당하면서 결국 단독으로 예비입찰에 참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2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가격을 고려할 때 애경이 단독으로 인수할 여력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향후 본입찰 전까지 재무적투자자(FI)와 같은 우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가 인수전 승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은 전일 마감한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애경이 유통 대기업은 물론 주요 사모펀드(PE)에도 컨소시엄 구성을 타진했으나 입찰 전날까지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면서 "결국 유의미한 FI 없이 사실상 단독으로 입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일 예비입찰에는 애경을 포함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강성부 펀드)와 사모펀드 2곳 등 총 5곳이 도전장을 냈다.

애경은 전략적투자자(SI)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 2005년 제주항공을 설립해 항공 산업에 진출한 지 불과 10여년 만에 제주항공을 국내 3위 항공사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채형석 AK홀딩스 총괄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대형항공사로 발돋움하겠다는 확실한 비전을 갖고 승부수를 띄운 계기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모두 합해 항공기 보유 대수만 150대에 이르는 대형 항공사가 생기는 것은 물론 기업집단 순위도 단숨에 뛰어오르게 된다.

다만, 애경은 한계로 여겨지고 있는 자금력을 보완하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대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GS는 물론,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는 물론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등 국내 대표 사모펀드와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아시아나항공이 LCC를 분리해 매각하지 않는다면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신세계는 공동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GS그룹의 경우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했지만, 결국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애경에 긍정적인 답변을 주지 못했다.

애경은 제주항공을 통해 항공 산업 성공사례를 보여준 만큼 자금 부문에서 보완만 이뤄진다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I를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KCGI와 손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애경이나 KCGI 등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들이 정확한 딜 구조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어 본입찰까지 변수가 많다"면서 "어느 쪽이든 대기업을 먼저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곳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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