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에 '디커플링'을 위협하면서 무역 협상에서 양보를 압박하고 있지만 실제로 중국은 이에 대비하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중국이 미국을 믿을만한 협상 파트너로 생각하지 못함에 따라 점점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책 연구소인 비콘폴리시 어드바이저스의 스티븐 마이로 매니징 파트너는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변덕스러운 태도로 일관하면서 시진핑 주석에 그가 믿을 수 없는 협상 대상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괴롭힘 때문에 시 주석은 중국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체면을 세울 수 있는 합의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은 더는 협상에 성의껏 임하지 않고 단순히 시늉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로 파트너는 현재 미·중 무역 협상과 관련해 미국 정가에서는 '디커플링'이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해 서로 다른 개별적인 경제시스템을 만들어낸다고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냉전 시대의 양극체제와 비슷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의 다수 관료는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것을 좌절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마이로 파트너는 덧붙였다.

미국 내 이들 강경파는 미국이 소련을 봉쇄해 경제 붕괴를 끌어낸 것과 마찬가지로 디커플링으로 중국 경제도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순진하며 역효과를 낳을 뿐이라고 마이로 파트너는 지적했다.

시 주석이 보기에 디커플링은 미국의 위협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새로운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로 파트너는 그러면서 화웨이의 사례를 언급했다.

미국이 지난해 중국의 다른 통신장비업체인 ZTE를 제재했을 때 시 주석은 ZTE를 구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전략적 휴전에 관심을 보였었다.

하지만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제재를 지렛대 삼아 시 주석에 미국산 대두 수입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시 주석은 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화웨이는 최근 자체 운영체제인 하모니를 개발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이로 파트너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방식 때문에 시 주석이 자신만의 용어로 디커플링을 받아들이는 것을 부추기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이상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양국 경제의 통합된 공급선은 어쩔 수 없이 어지러워질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은 이런 상황을 더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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