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시장 수익률 곡선(커브)가 경기 침체 우려를 증폭하고 있지만, 정크본드(고금리 채권) 시장은 전혀 다른 진단을 내놓고 있다.

3일(현지시간) 팩트세트와 마켓워치에 따르면 정크본드를 보유하는 대가로 투자자가 요구할 수 있는 금리 프리미엄 즉, 미국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2일 기준 413bp로, 지난 7월 26일 393bp에서 소폭 확대되는 데 그쳤다.

지난 7월 26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지 않던 중국의 잔여 수입품 전체에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다음 날이다.

해당 스프레드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의 평균치인 481bp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정크본드 스프레드 확대는 투자자들이 위험 감수를 덜 하겠다는 것으로, 스프레드 확대가 제한되는 것은 그만큼 위험 선호 흐름이 살아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마켓워치는 "미국 국채커브가 경기 침체 경고음을 내고 있지만, 회사채 투자자 대부분은 갸우뚱거리고 있다"며 "고금리 회사채 투자자는 경기 침체 우려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부채가 많은 기업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있어 '탄광 속 카나리아'로 인식된다. 이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경기 둔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등급 미만의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대해 장기간의 매도세가 나타나지 않다는 것은 미국 경제의 확장기 연장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짐 오설리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증시와 함께 회사채시장은 채권 커브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경기 전망 신호를 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SEI 인베스트먼트의 숀 심코 매니저는 "투자자는 두 개의 의자 사이에 걸터앉아 있다"며 "채권(국채) 시장은 글로벌 경제지표 둔화로 랠리를 보이지만, 위험자산 시장은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오설리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 크레디트 스프레드에 기초한 향후 12개월간의 경기 침체 확률은 14%지만,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침체 확률 모델인 3개월물과 10년물의 금리 스프레드상으로는 경기 하강 확률이 41%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BCA리서치의 로버트 로비스 수석 채권 전략가는 "회사채 가격의 회복력과 글로벌 성장 우려에 대한 크레디트 스프레드 등은 향후 기업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나타낸다"라며 "실제 2분기 기업 실적은 투자자가 우려하는 만큼 줄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상장 기업의 수익은 2분기 들어 0.4% 감소했고, 상장 기업의 75%가 시장 예상치보다 개선됐다.

로비스 수석 전략가는 "크레디트 스프레드에 큰 파동이 없는 것은 회사채 유동성이 부실하지 않다는 의미"라며 "회사채 보유를 줄이려는 투자자는 디스카운트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면 포트폴리오 비중을 축소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경기 침체 리스크 증대와 지정학적 우려 등에 대한 대안은 단순히 유동성 좋은 국채 보유를 늘리는 것"이라며 "회사채를 줄이는 대신 국채를 늘리는 게 쉽다"고 덧붙였다.

회사채 시장 투자자는 경기 성장의 회복세가 살아있고, 특히 미국 가계가 경제를 끌고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가계의 지난 7월 개인 저축률은 7.7%로, 이는 소비자가 지출을 계속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마켓워치는 설명했다.

고용 측면에서도 일자리 증가세는 급격히 둔화하지 않고, 실업률도 수십 년 만의 최저치에서 상승하지 않았다.

인사이트인베스트먼트의 고탐 칸나 매니저는 "경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내년 침체에 들어선 것으로 결론짓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전일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제조업 PMI가 부진한 것으로 나왔지만, 미국 소비자에 대한 자신감이 경기 우려를 완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심코 매니저는 "ISM과 같은 지표는 현시점에서 회사채 수요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며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가 계속해서 고금리 자산의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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