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임하람 기자 = 홍콩 시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지정학적 불안 완화가 달러-원 환율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외환딜러들은 홍콩 불안 완화가 달러-원을 1,200원 아래 레벨로 끌어내리는 트리거가 될 수 있을지를 주시하고 있다.

그간 홍콩 사태가 달러-원을 1,200원이 넘는 레벨로 끌어올린 주요 대외 불확실성 중 하나로 꼽혔던 만큼 해소가 달러-원에 강한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전일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송환법의 공식 철회를 발표했다.

송환법 철회는 지난 6월 홍콩의 시민 시위가 촉발된 계기로 홍콩 시위대가 시 정부에 요구한 다섯 가지 요구사항 중 핵심적인 사안이다.

람 장관이 시위대의 여타 4대 요구에 대해서는 수락 방침을 밝히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이 즉시 해소되기는 어려우나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등 극단적인 갈등은 잠재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 거래일 람 장관이 송환법을 폐지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전해지자 달러-원 환율은 현물환 시장 마감 전 낙폭을 확대했다.

간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20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해외브로커들은 지난밤 달러-원 1개월물이 현물환 종가(1,208.20원) 대비 3.50원 하락한 1,203.70원에 최종 호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홍콩발 호재를 반영해 NDF에서 1,202원대 부근까지 하락했으나 1,200원을 하향 돌파하지는 못한 셈이다.

달러-원은 지난달 2일 이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1,200원 선을 하향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이날 서울환시에서 위험 선호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달러-원이 1,200원을 하향 돌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일 송환법 폐지 예정 보도가 나오자 직후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한때 4% 이상 오르며 환호했고 이어 유럽과 뉴욕 증시도 일제히 호조를 나타내며 위험 선호 분위기를 조성했다.

A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홍콩 송환법 철회와 영국 정치 불안에 관련된 굿 뉴스가 나왔다"며 "이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위험회피 쪽에서 위험 선호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이날 달러-원 환율이 저점 결제 물량, 추석 네고 물량 등 역내 수급 상황에 따라 공방을 펼치겠지만 달러-원이 1,200원 아래로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홍콩 사태가 원화의 '블랙 스완'이 될 수 있어 걱정했는데 좋은 쪽으로 해결되는 것 같다"며 "원화에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며 여기서 추가로 좋은 소식이 나온다면 원화가 힘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레벨을 낮춰 온 만큼 하락세가 가팔라질 가능성도 있다.

C 외국계 은행 딜러는 "시장이 긍정적인 뉴스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의 불안 완화는 리스크 온 분위기를 강하게 조성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달러-원은 1,200원 아래로 레벨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딜러들은 송환법 철회의 즉각적 여파보다는 미·중 무역 협상이나 달러화 흐름에 미칠 '나비 효과'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콩의 지정학적 불안이 미·중 무역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한 하나의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만큼 홍콩의 불확실성 완화가 협상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홍콩 불안 완화와 무역 협상 진척 가능성이 글로벌 달러화에 미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C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송환법 폐기 등으로 본토에서도 미·중 무역 협상 분위기가 순조롭게 흘러간다는 기대감이 증폭될 수 있다"며 "홍콩 불안 완화가 가져오는 나비효과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도 "달러화가 약세 흐름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원화가 강세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달러 지수가 하락 흐름을 잡을 경우 달러-원도 1,200원 아래로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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