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前 연준 3인자의 도발… "금리 내리면 안돼"
<뉴욕은 지금> 前 연준 3인자의 도발… "금리 내리면 안돼"
  • 곽세연 기자
  • 승인 2019.09.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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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도발적(provocative)인 의도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전 총재는 지난주 자신의 한 언론사 기고문이 논란으로 번지자 해명에 나섰다.

도발적인 비평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제 결과와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거부하거나, 경기 침체를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가올 선거에서 편을 들어야 한다고 한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연준을 대표해서 쓴 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고문에서 더들리는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을 우려해 금리를 내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준을 '믿는 구석' 삼아 무역전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금리 인하라는 방법으로 도와주지 말라는 뜻이다. 연준은 무역전쟁 불확실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지난 7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현재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또, 대통령이 차기 대선 실패를 비롯한 여러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벌써 경제 실패의 원인을 연준으로 돌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무역전쟁 등 좋지 않은 결과의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지, 연준에 있지 않다는 점을 확실히 하라는 것이다. 연준은 이를 구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선 긋기도 촉구했다. 무역 전쟁 등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위험들은 "재앙적이며 나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더들리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과 글로벌 경제, 연준의 독립성, 고용·물가 목표 달성 능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통화 정책의 목표가 최상 장기 경제 결과 달성이라면 연준 위원들은 그들의 결정이 2020년 정치적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걸린 다음 대선에서의 연준의 영향력을 거론한 점은 연준이 원칙으로 삼는 정치적 중립을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리 인하가 침체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보험성이었다는 점을 무시한 채 연준이 정치적 논리로 움직였다는 시각 역시 지지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더들리는 지난해 6월 퇴임 전까지 연준의 3인자였다. 뉴욕 연은 총재는 연준 의장, 부의장과 함께 '트로이카'로 불렸다. 지역 연은 총재가 돌아가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갖는 것과 달리, 뉴욕 연은 총재는 고정적으로 투표권을 가질 만큼 영향력이 크다.

게다가 연준에 재직할 당시 언행이 상당히 냉정했다고 알려진 만큼 더들리는 말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특히 더들리는 주요 페드와처였던 골드만삭스에서 뉴욕 연은으로 옮기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정책과 시장을 두루 경험했다. 금융위기 당시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과 같은 정부 고위직에 오르는 많은 전직 골드만삭스 출신 중 한명이었다.

이처럼 영향력이 상당한 인물의 '도발'에 월가의 반응은 뜨겁다.

한 때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됐고 더들리의 친구이기도 한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더들리의 글은 금융 세계에서 최악의 교란 케이스"라며 "수십 년 동안 전직 재무관리가 쓴 글 중에 가장 책임감 없는 글일 수 있다"고 혹평했다.

존 윌리엄스 현 뉴욕 연은 총재는 더들리의 글은 자기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연준 대변인도 이례적으로 공개 성명을 통해 "정치적 고려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등 전 연준 수뇌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일은 자주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 전쟁과 같은 시절 연준이 정치적 이유로 금리를 올리고 내리기도 했다.

더들리는 "백악관에서 비판적인 트윗이 나온 몇 달 동안 연준이 스스로 나서지 않아 내가 트럼프와 싸움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더들리의 글은 트럼프 대통령과 현직 연준 수뇌부에 일침을 가하며 연준의 독립성을 다시 상기시켰다.

그런데도 "독립적인 중앙은행은 명확하게 정의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다른 정부 부처의 정책을 좌절시키기 위해 자신의 의제를 추구한다는 것은 아니다"는 월가의 지적은 맞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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