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노현우 기자 = 현대캐피탈의 달러화 채권 발행이 돌연 중단된 것을 두고 달러화 조달과 연계된 통화스와프(CRS) 시장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향후 다른 국내 기업도 달러화 조달에 차질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줄면 CRS 금리는 더욱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전일 새벽 예정했던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을 중단했다.

계획했던 구간은 5년물로, 지난달 만기 도래한 3억 달러 규모 채권을 차환하기 위한 용도였다.

현대캐피탈은 미·중 무역 분쟁에 안전자산 선호가 커진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고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3일 노동절 휴일이 끝나고 열린 미국 금융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가 급락하자, 큰손들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향후 시장여건이 좋아지면 언제든 다시 발행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설명에도 CRS 시장 참가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A 증권사의 스와프 딜러는 "발행 직전 풀 백(취소)할 경우 발행사 평판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갑자기 외화채권 발행을 중단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B 증권사의 스와프 딜러는 "CRS 거래는 성격상 프런트 러닝(사전매매)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발행을 예상하고 거래한 시장 참가자들의 손실 등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일 CRS 5년의 금리 하락세는 다른 구간보다 가팔랐다. 5년은 전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하루 전보다 4bp 내려 1년(1.5bp)보다 하락 폭이 컸다.

발행을 예상하고 CRS 5년 구간을 페이했던 시장 참가자가 이를 되돌리기 위해 5년 CRS를 리시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CRS 시장에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전자산 선호가 커진 가운데 다른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발행 물량이 줄면 시장 참가자들이 비드를 댈 필요가 없기 때문에 CRS 금리는 더욱 하락하게 된다.

일부 참가자는 외환위기를 떠올리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금융회사들이 달러채 차환에 실패하면서 위기가 발생했는데, 현재 국내 경제 펀더멘털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어제 생각보다는 발행 무산 소식에 충격이 크지 않게 지나갔다"며 "과거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CRS시장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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