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채무자의 적'이 몰려온다
[데스크 칼럼] '채무자의 적'이 몰려온다
  • 황병극 기자
  • 승인 2019.09.0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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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황에서 장기간 0%대에 머물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저물가 현상이 수요 측면보다 공급 측면의 충격에서 비롯된 데다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2%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물가만으로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 디플레이션이 자산가격 하락을 동반하지만, 국내에서는이를 대표하는 주택가격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을 빌미로 반짝 강세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민간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압력이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공급 측면에서 저물가 원인으로 작용하는 국제유가 하락도 글로벌 수요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경제주체들의 체감물가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 2.0%도 한국은행에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2년 이후 최저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실제 소비자물가에 후행한다는 점에서 1%대 진입도 불가피하다. 서울채권시장에서 유통되는 물가연동국채에 반영된 'BEI(Breakeven Inflation Rate, 예상 인플레이션율)'은 이미 0.7% 전후로 낮아졌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저물가 현상이 일반화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내리고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쏟아부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저성장과 저물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국내외 경제환경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도 이미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으며, 디플레이션의 시대로 향해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디플레이션이 자기실현적 특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된다는 점이다. 즉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는 기업이나 가계도 투자나 소비를 미래로 지연시키기 마련이고, 이런 현상이 수요부진을 더욱 심화시켜 디플레이션을 한층 강화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으로 인식되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물가 하락이 악순환의 연결 고리로 작용한 탓이다.

디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자산가격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헤지 수단으로 부동산을 포함해 각종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지만,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가는 가격 하락으로 낭패를 볼 가능성도 커진다.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면 물가가 낮아지는 만큼 실질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부채상환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디플레이션이 '부채자의 적'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저금리를 지렛대로 차입을 통한 투자로 수익을 누렸던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유효했던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해진 셈이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1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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