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연간 2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운영하는 공무원연금공단 주거래은행을 두고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연금과 함께 국내 4대 연기금 중 한 곳이라는 상징성은 크지만, 공단이 '알파(α) 이자'를 요구하고 있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은행들은 사실상 궁여지책으로 입찰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은 이날 주거래은행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신청받는다.

이번에 선정된 주거래은행은 내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최대 5년간 수입과 지출을 관리한다.

각종 사업비와 기금운영비 등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은 22조6천739억원.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 금융자산에 운용하는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1조3천261억원이다.

지난달 열린 입찰설명회에는 국민·신한·우리·농협·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이 모두 참여했다.

별도 출연금 등 기여항목이 평가대상에 없어 사실상 이번 입찰은 은행의 제안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총 100점 만점의 점수배점표에서 계량 평가항목은 재무지표와 해외신용평가등급을 점수화한 재무 안정성(20점)과 최근 5년간 공공기관 주거래은행 사업수행 경험으로 평가받는 업무수행능력(10점)의 일부, 그리고 제안금리(20점) 항목이다.

제안금리는 예금계좌 잔액에 대해 최고 높은 금리를 제시한 은행에 만점을 준다. 나머지 은행들은 최고제안 금리 대비 상대평가를 통해 점수가 부여된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한국은행 기준금리+α'로 제안금리를 요구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무 안정성은 은행 대부분 만점으로 점수가 똑같고, 주거래은행 수행실적 정도가 계약 건수에 따라 최대 2점 정도 차이가 날 것"이라며 "비계량 항목은 은행별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결국 얼마나 더 손해를 볼지 베팅해야 하는 α 금리가 입찰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공무원연금은 국민은행이 30여년간 주거래은행을 독점했다. 이에 최근 기관영업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국민은행에 맞서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독점체제를 깨보자는 구도가 강했다.

4대 연기금 중 유일하게 주거래은행 입찰이 예정된 곳인 데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큰 규모의 예수금을 확보할 기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금고 은행과 달리 협력사업 등을 통해 별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데다, 자금의 입출을 제외하고 확보할 수 있는 평상시 예수금도 2천억원 남짓으로 추정돼 실익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새롭게 도전하는 은행의 경우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다른 시중은행은 "입찰자격을 위해 설명회에 참여했지만 다른 공단처럼 수익성을 낼 만한 여지가 없어 고민 중"이라며 "은행 간 경쟁을 인지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이 당연하게 알파 이자를 요구하고 있어 기관영업도 한계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공무원연금공단은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제안서를 평가하고 우선협상대상 은행을 선정할 예정이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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