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1세기는 유동성 프리미엄 제로의 시대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일상화되면서 장단기 채권 금리가 역전되고 부동산에 대한 유동화 수요도 급감하고 있어서다.

유동성 프리미엄(liquidity premium)의 사전적 의미는 화폐의 소유에 의해 발생하는 잠재적 이익을 버리는 데 대한 보수다.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을 구입할 때 요구하거나 제공받는 가격할인으로 유동성이 떨어지면 가격할인 요구가 커진다. 가격할인율이 커지면 높은 수익률과 직결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부동산투자신탁)' 업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기관 투자자 대부분이 지분투자 대신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는 형태로 투자패턴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투자신탁은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지분(Equity)에 투자한다.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형태가 증권의 뮤추얼펀드와 유사해 '부동산 뮤추얼펀드'라고도 한다. 기관투자자 등은 그동안 증권 형태로 거래되는 REITs의 유동성 프리미엄을 선호했다. 부동산을 직접 소유할 경우 각종 거래비용이 늘어나고 유동성이 묶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런 사정이 달라졌다. 저금리 기조에 시달린 기관투자자들이 수익이 나는 곳이면 유동성프리미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아서다.

. 유동성프리미엄에 대한 투자자들의 태도 변화는 채권시장에서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말 기준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1.7bp 내린 1.552%를 기록했다. 통화 정책에 특히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1.6bp 떨어진 1.528%에 거래됐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장 2.5bp에서 이날 2.4bp로 축소됐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한 때 마이너스 4bp까지 역전되기도 했다. 10년 뒤에 원금을 받아야 하는 10년물의 유동성 프리미엄이 2년물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독일 유럽지역 국가들의 국채가 마이너스금리에 진입이 일상화된 것도 프리미엄 제로의 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10년물 기준으로 독일,덴마크,벨기에,네덜란드,프랑스,아일랜드 등이 지난주말 마이너스 금리로 장을 마감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이같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쳐졌다. 투자자들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의 일본화(Japanization)를 우려하고 있어서다. 5년 포워드 인플레이션이 급락하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본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화는 한 국가가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장기 경기 침체와 유사하게 낮은 경제성장, 디플레이션 등을 장기간 경험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독일국채는 모든 기간물이 마이너스 금리의 영역에 진입했다>

마이너스금리는 자산의 현재 가치를 계산할 때 분모에 들어가는 할인율이 마이너스 영역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극단적인 경우 분모가 0에 수렴할 수도 있는 현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초등학교에서 분수를 처음 배울 때 분모가 0인 분수는 무한대라고 배웠다. 마이너스 금리의 시대에 자산의 가치는 도대체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자본주의 역사상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 일상이 되고 있다. 투자자들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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