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욕 먹더라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

지난 2018년 1월 정부가 가상통화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두고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욕먹을 각오'로 투기세력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가상통화 자체가 아닌 투기적 거래를 진정시키는 게 정부 규제의 목표임을 강조하며 이 과정에서 제기될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규제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첫 금융당국 수장이었던 최 위원장은 이번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성을 안정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번 정부의 1기 경제팀에 합류한 장관급 인사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 지난 2008년 금융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2년 넘게 임기를 채운 몇 안 되는 수장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최장수 장관의 대열에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자신의 소신을 담은 정책을 지켜내는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취임 당시 국내 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지적된 가계부채 증가세를 관리하고자 정부가 발표한 '9.13 부동산대책'이 나오는데도 최 위원장의 역할이 컸다. 당시 대책 발표를 앞두고 문 대통령조차 가계부채 정책을 다루는 최 위원장의 말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과 자동차 등 전통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에서도 원칙을 내세웠다. 앞서 수출입은행장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은행 등 이해관계자 간 끊임없는 설득과 조율로 소통을 주도한 것도 최 위원장이었다.

때때로 자신의 소신을 전하는 '작심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올해 5월 이재웅 쏘카 대표와의 설전도 그랬다.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에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이 대표를 언사를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지적하며 혁신 사업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태도를 조언했다.

그간 금융 홀대론을 반박하고 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의 갑질과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은행권의 이자 장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을 정면으로 비판해온 그의 직설화법이 금융권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장된 사례였다.

최 위원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끝으로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일반인으로 돌아갔다.

이날 이임식에서는 그의 뚝심을 좋아하는 동료들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공정거래위원장 시절부터 가까웠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금융위 직원들이 만든 동영상에 깜짝 등장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어공'이 된 뒤 가장 큰 소득은 최 위원장을 만난 일"이라며 "때론 당돌하고 무례했던 요청들을 들어줘 고맙다"며 인사했다. 김 실장은 최 위원장과 '톰과 제리'에 비유될 정도로 친분이 남달랐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족탈불급(足脫不及)'을 언급하며 닮고 싶지만 닮을 수 없는 롤모델이라고 최 위원장을 이야기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여전히 내년 총선 출마설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선 '강릉에 갈 일이 없다'며 에둘러 고사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최 위원장은 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금융위 한 직원은 "사석에서는 시를 읽어줄 정도로 다정다감한 분"이라면서 "꼭 다시 함께 일하고 싶은 형"이라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5시 5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