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수급 흔들려도 `롱돌이'는 중앙은행을 본다
[데스크 칼럼]수급 흔들려도 `롱돌이'는 중앙은행을 본다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9.09.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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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채권시장의 분위기가 한 달 사이 확 바뀌었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던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다. 시장 수급까지 흔들리면서 추가 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채권 강세론자인 이른바 '롱돌이'들의 심리 변화는 크게 감지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에 이은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완화 정책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093%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저 금리다. 이후 빠른 속도로 오르더니 지난 6일에는 1.265%에 마감했다. 금리는 한 달도 안 된 사이 17bp가량 상승했다. 국고채 10년 금리도 같은 기간 1.172%에서 1.381%로 20bp 넘게 올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개시되는 등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난 영향이다. 주식시장은 강해졌고, 반대로 채권시장은 약해지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홍콩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한 것도 채권 약세를 부추겼다.

채권시장 내부의 수급 상황도 썩 좋지 않다. 정부가 내놓은 2020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는 130조6천억원으로 올해 101조6천억원보다 29조원 늘어났다. 적자국채도 올해 33조8천억원에서 60조2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차환 물량이 비슷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보다 매달 2조에서 3조원가량 경쟁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채권 발행량 증가는 금리 상승 요인이다.

제2 안심전환대출과 관련한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이슈도 계속해서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가뜩이나 공급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MBS가 대량으로 발행되면 이를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존 MBS 입찰에서도 미매각 물량이 등장하는 가운데 채권시장 내 큰 손인 은행권의 입지 축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제2 안심전환대출용 MBS는 12월부터 발행되는데, 이를 인수하는 은행권의 의무보유 기간은 5년으로 논의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4일 오전 10시 32분에 송고한 '안심전환대출 MBS 12월에 첫 발행…은행 5년간 의무보유해야' 기사 참조.)

수급만 보면 채권시장 전망이 크게 흔들릴 법도 하지만, 롱돌이들이 믿는 구석은 따로 있다. 바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다. 이들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돈 풀기 정책에 베팅을 걸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인민은행은 지난 6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오는 12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여러 차례에 걸쳐 인플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완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만큼 이달 회의에서 현행 마이너스(-) 0.4%인 예금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ECB가 새로운 채권 매입 프로그램도 발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7~18일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이달 회의에서 정책금리가 25bp 인하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잇따른 통화완화 행보는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다음 달 회의 때는 1.25%로 25bp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10월 금통위 이후 연내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치가 엇갈리긴 하지만 롱 포지셔너들은 적어도 채권을 팔 때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사이클이 본격화한 데다 국내 경기 둔화 국면도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은 전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와중에서도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돌 것이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같은 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의 경기에 대한 인식이 돌아서지 않는 한 시장의 추가 인하 기대는 쉽사리 꺾이지 않을 가능성에 참가자들은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채권시장의 '롱 불패' 스토리가 이번에도 재연될 것인지 주목해 봐야겠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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