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 커브와 경기 침체의 상관성을 처음으로 밝혀낸 전문가가 최근 커브 역전에 '코드 레드(Code Red)'가 들어왔다고 진단했다. 코드 레드란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 상황에 대한 경고를 뜻한다.

캠벨 하비 듀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9일(현지시간) 포천지를 통해 "내 모형에 따르면 성장은 둔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경기 침체의 핵심 지표로 꼽히는 채권 커브는 최근 수 개월간 역전이 이어졌다.

미국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격차가 거의 1개 분기 동안 완벽하게 역전됐고, 하비 교수가 초기 연구에서 관찰했던 5년물과 3개월물 금리도 지난 2월부터 역전됐다. 이들 커브와 마찬가지로 과거 경기 침체를 예상한 바 있는 10년물과 2년물 금리는 지난달부터 역전됐다.

하비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주식과 같은 지표는 모두 뒤처진 신호"라며 "그것은 과거 1개 분기나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듀크대 CFO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내년 연말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이에 대해 하비 교수는 "주요 의사 결정자들이 미래에 어떻게 돈을 쓸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6년 당시 많은 이코노미스트가 경기 침체 예측 도구로 주식시장을 주목할 때 하비 교수는 채권 스프레드(10년·3개월, 5개월·3개월)와 과거 네 차례 경기 침체의 상관성을 연구했다. 그는 10년물 금리가 2년물이나 3개월물 금리를 밑돌 때도 주목했고, 이례적인 커브 역전이 1개 분기 이상 이어질 때 침체가 뒤따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투자자가 향후 금융 위기를 예상할 때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 10년 국채에 몰린다는 이론이 탄생했다.

이론의 여지는 분명히 있다.

커브 역전은 경기 침체 자체를 직접 판단하기보다는 높은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에 대한 높은 기대 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채권 커브의 균형을 바꿨고, 커브 신호의 신뢰도를 떨어트렸다고 말했다. 이는 하비 교수가 줄기차게 논쟁을 벌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채권 커브는 경기 침체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커브 역전 뒤에 경기 침체가 실현되기까지 12~18개월이 걸렸다.

하비 교수는 다만, 현재 경기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개인 투자에도 적용하는데, 금융위기에 앞선 지난 2006년 위험 자산을 처분하는 동시에 주식 일부를 채권이나 현금으로 대체했다.

지금도 그는 어떤 추가적인 리스크 기회도 엿보지 않고 있다. 하비 교수의 포트폴리오는 최근 더욱 방어적인 기조로 돌아섰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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