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 전환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중간지주사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행보와는 달리, 다소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5일 제주도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초청 비공개 간담회에서 중간지주사 전환과 관련, "기업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할 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는 꼭 중간지주사를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한발 물러선 뉘앙스다.

당시 박 사장은 "이동통신사업부를 분할한 후 재상장시켜 투자받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고, 현재 20%인 SK하이닉스 지분도 3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을 만난 박 사장은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며 중간지주사 전환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내비쳤다.

이처럼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이 난항에 빠진 것은 여러 문제가 엮여 있어서다.

일단 자금 확보가 부담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사로 전환하는 대기업은 자회사 지분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지분 20.07%를 가진 SK텔레콤이 주식 10%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 5조 원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마저도 최근 SK하이닉스 주가가 상승 중이라 현재는 1조 원 정도 자금 부담이 늘어난 7조 원 이상의 실탄이 필요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하이닉스가 저점일 때 지분을 사야 유리한데 지금은 그 시점이 아니다"면서 "반도체 경기가 확실히 바닥을 찍은 뒤 반등을 시작할 때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규제 이슈도 껄끄럽다.

중간지주사는 외국인 지분보유 한도 49% 규정에서 제외된다.

만일 SK텔레콤이 자금 마련을 위해 자사 사업 부문 지분을 매각한다면 그 과정에서 주주 구성도 바뀌고 외국인 지분율이 급증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의 재인가나 국회에서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최근 부진한 업황도 중간지주사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의 사업부는 이동통신(MNO)·미디어·보안·커머스로 나뉘어 있다.

중간지주사 전환 시 이들 사업부는 각각 자회사로서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재상장 가능성이 언급되는 통신 부문 실적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과 5세대(5G)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등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려면 기업가치 향상이 필수"라며 "지배구조 개편 시 각 사업부가 자회사로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박정호 사장의 임기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017년 1월 SK텔레콤 사장에 취임한 박 사장은 올해 말이면 3년 임기를 채운다.

연임 여부를 확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영상 상당한 판단이 필요한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의 전환에 미련을 두고 있는 것은 장점이 적지 않아서다.

특히 인수·합병(M&A)이 보다 용이해지고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로 공정거래법상 M&A 투자에 제한을 받고 있다.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M&A를 하려면 피인수 기업 지분 100%를 소유해야 한다.

그러나 SK텔레콤이 SK와 SK하이닉스 사이의 중간지주사가 되면 걸림돌이 사라진다.

또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SK하이닉스 등의 자회사들 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해 볼 수 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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