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 제한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러한 사실을 밝히고,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일본 정부와 WTO 사무국에 전달하면 제소 절차가 공식 개시된다고 말했다.

양자협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정부는 WTO에 패널 설치를 요청해 본격적인 분쟁해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조치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정치적 동기로 이뤄진 것으로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한 차별적 조치"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교역을 악용하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일본이 지난 7월 4일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제한조치를 시행한 지 두 달여만이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조치가 발표된 7월 초 이후 WTO 제소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했고 일본 조치에 대한 분석, 협정 불합치성에 관한 검토가 완료돼 제소하게 된 것"이라며 "WTO 제소를 통해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유사한 조치를 예방할 필요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3개 품목은 제소 관련 검토가 끝났지만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한 조치는 8월 말에 발효돼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소장에 일본이 한국만을 특정해 3개 품목을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 것은 WTO의 차별금지 의무, 특히 최혜국대우 의무에 위반된다고 적시했다.

또 일본의 조치는 수출제한 조치의 설정, 유지 금지 의무에 위반된다며 일본 정부는 3개 품목에 대해 어떤 형태의 포괄허가도 금지함으로써 우리나라 기업들이 심각한 피해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본의 조치는 정치적인 이유로 교역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무역 규정을 일관되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의무에도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유명희 본부장은 "정부는 양자협의를 통해 일본 조치의 부당성, 위법성을 지적하는 한편 일본의 입장을 듣고 건설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일본 정부도 성숙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소 60일의 양자협의 기간을 포함해 제소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평균 15개월이 걸리지만 사안별로 더 짧아지거나 길어질 수 있다.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당사국이 제소할 때 상대국은 10일 이내에 양자협의 수락 의사를 표명해야 하는데 일본이 양자협의를 수락하지 않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도 "수락하지 않으면 패널 절차에 바로 돌입할 수 있게 되므로 대부분 피소국은 양자협의 수락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협의 참석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일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진 않을 전망이다.

정 협력관은 "일본이 우리나라의 조선업체에 대한 지원을 WTO에 제소했을 때도 과장급에서 양자협의가 이뤄졌고 최근 WTO 제소 관련 협의에서 고위급이 참석하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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