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 커브의 역전이 경기 침체의 주요 예측 도구로 활용되곤 하지만, 실제 우려해야 하는 것은 마이너스 금리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10일(현지시간) "지난 1950년 이후 미국의 모든 경기 침체에 앞서 채권 커브가 역전됐고, 최근 일부 채권 커브가 몇 달 간 역전됐다"면서도 "모든 전문가가 이를 가장 큰 문제로 판단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커브 역전에 대해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레트 CIO는 "그것은 단지 경기 순환 주기가 끝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나를 괴롭히는 것은 금리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워드 야데니 대표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최근 고객들을 만나보면 채권 커브보다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더 크다는 것을 발견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들 대부분은 미국 경제가 가까운 미래에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믿기에 채권 커브를 겁내지 않는다"면서 "고객들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전망에 대해서 다소 불안해한다"고 분석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유럽과 일본에서 현실화한 만큼, 미국에서도 부상하는 논쟁거리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의지를 고수하며 마이너스 금리 우려는 더욱 커졌다.

마이너스 금리가 논란이 되는 것은 경기 침체 도래 시 실제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가 전면적인 붕괴 상황이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글로벌 경기는 둔화하고 미국 일부 지표도 부진해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매우 낮을 때 경기 침체가 닥치면 연준이 움직일 여력이 줄어들고, 통화정책의 효과도 제한될 것으로 우려했다.

샬레트 CIO는 "금리 인하 여지가 부족해지고 있다. 나쁜 상황을 대비할 여지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험이 없다"고 진단했다.

야데니 대표는 "미국 경기가 추가로 둔화하고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하해야 한다면 마이너스 금리는 우리가 향하는 방향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I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면 본질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주식의 매력도도 올라간다"라며 "그러나 그런 위험 자산의 가격이 올라도 잠재적으로 하방 리스크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야데니 대표는 "성장 둔화는 배당주 투자에 나쁜 환경이고, 경기 침체가 닥치면 배당이 있든 없든 증시에 뛰어들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마이너스 금리는 정말 나쁜 업보가 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정도로 경기 여건이 매우 취약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으로, 물가가 계속 하락하면 투자자는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택하고 경기는 더욱 악화한다"고 예측했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미국이 실제 마이너스 금리에 빠지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연준이 금리를 제로 수준 밑으로 인하하기 전에 다른 조처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도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질수록 실제 경기에 나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는 게 BI의 설명이다.

샬레트 CIO는 "금리가 제로 수준이 될 때 저금리가 실제 경기 부양적인지 경기 위축 요인인지가 문제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기준금리가 아무리 낮더라도 소비가 진작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출이 부족해 경기가 더욱 위축된다는 게 일본 경제의 사례다.

소비자가 지출을 하지 않는 데다 금리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경기를 다시 활성화할 방법이 거의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샬레트 CIO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던 도구가 실제 병을 악화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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