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시설이 공격을 받은 것이 원유시장에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 최대 원유 정제 시설 중 하나인 사우디의 아브카이크가 외부 공격을 받으면서 사우디의 원유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임체인저는 사태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이벤트를 말한다.

15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프라이스 퓨처 그룹의 필 플린 원유 전략가는 마켓워치에 이번 드론 공격은 유가를 폭등시킬 "큰 사건(big deal)"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중동 원유 지대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부각하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

걸프 뉴스에 따르면 현지 시간으로 14일 오전 3시 31분과 3시 42분에 각각 사우디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정제 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에 드론 공격이 시작됐다.

이번 공격은 친이란 성향의 예멘 반군 후티와 사우디와의 계속된 갈등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2014년 예멘 반군은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를 몰아내고 수도 사나를 점령했다. 이후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해 사우디를 공격하고 걸프 해역 일대에서 유조선을 공격해 국제 사회의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예멘 반군은 이란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사실상 예멘 반군을 이란의 대리군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이번 공격에 대해서도 이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모든 국가가 공개적으로 그리고 분명하게 이란의 공격을 규탄할 것을 요구한다"라며 "미국은 에너지 시장에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이란이 공격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우리 파트너와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측은 이번 공격은 자국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며 미국은 공격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제유가는 이번 소식에 10%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10달러 이상 오른 71달러대까지 올랐고,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도 9달러가량 오른 63달러대까지 상승했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이번 사태는 중동의 역학 구조에 영향을 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브카이크 정제 시설의 하루 처리 원유는 700만배럴 이상이며, 쿠라이스 유전은 하루 15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며 이에 대한 공격은 "확대되는 이란의 지역적 고립에 있어 게임체인저"라고 말했다.

S&P 글로벌 플랫츠는 브렌트유가 현 수준보다 5~10달러가량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세계 원유 공급량의 5%인 하루 500만배럴가량의 원유가 이번 사태로 공급이 중단됐다.

사우디 관계자들이 현지시간 16일까지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을 복원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전문가들은 완전 복구에는 수주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비요날 톤하우겐 원유 시장 분석 헤드는 "당국이 처음 얘기한 것보다 (복구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며 "올해 수출이 줄었음에도 사우디의 원유 재고는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줄였다. 따라서 사우디는 이전처럼 중동 (공급) 차질에 있어 같은 회복력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전략 비축유 방출이 유가 급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국이 단기적으로 유가 급등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톤하우겐은 "미국은 유조선을 재배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이 정도 규모의 원유를 빠르게 대체할 수 없다"라며 "그리고 미국이 보유한 수출용 초대형유조선(VLCC) 설비도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플린 역시 "이는 역사적 이벤트"라며 이번 사태가 원유시장에 수년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셰일 원유가 줄어든 원유를 상쇄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ys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0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