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무역·자본거래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외국환거래법은 과거 원칙적 허가제에서 신고제 중심으로 완화됐으나, 외국환거래법령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은 조문이 32개이고, 동법 시행령은 조문이 41개다. 시행규칙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상법이나 자본시장법 등 회사 운영에 중요한 다른 법령들에 비해 법조문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외국환거래법 자체는 처벌 근거만을 규정한 백지형법의 성격을 부정하기 어렵고,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의 구체적인 근거가 되는 외국환거래규정은 체계가 복잡하고 전문 용어로 작성돼 있어 회사의 외국환담당자는 물론 변호사도 익숙해지기 어려운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외국환거래는 국세청과 관세청, 금융감독원에 자동으로 통보되므로, 외국과 연관된 거래에서 외국환거래법령상 이슈가 없는 지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회사의 외국환 담당자들은 비거주자로부터 외화를 차입하거나 매출채권과 클레임 채무를 상계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외국환은행에 대한 차입·상계신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숙지하고 있다.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해외직접투자 신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 역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사후보고는 누락해 위규신고대상이 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환거래법상 거주자인 한국법인이 외국법인의 경영에 참가하기 위해 발행주식 총 수의 10% 이상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이미 10% 이상을 취득한 외국법인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해외직접투자신고를 해야 한다.

또 해외직접투자신고를 끝낸 한국법인은 외화증권취득보고서를 투자금액 납입 후 6월 이내에, 송금(투자)보고서를 송금 또는 투자 즉시 보고해야 하는 사후보고 의무를 부담한다.

투자금액의 합계가 50만달러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현지 공인회계사의 감사보고서를 첨부한 연간사업실적보고서를 매 회계기간 종료 후 5월 이내에 외국환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외국환거래법령은 사후보고 누락에 대한 제재를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신규신고 누락·위반에 대해서만 그 규모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과태료를 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자회사에 발생한 변동사항이 신규신고 사항에 해당함에도 이를 제재가 따르지 않는 사후보고 사항으로 오인해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법인이 채무초과 상황에 있어 회수하기 어려운 해외 자회사(현지법인)에 대한 매출채권을 현지법인에 대해 출자금으로 전환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한국에서 신규 출자금이 나가는 것이 아니므로 사후보고 사항으로 보기 쉽지만, 형사처벌이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 신규 신고사항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미 10% 이상을 취득한 현지법인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는 경우 해외직접투자신고(신규신고)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외직접투자는 지급수단과 현지법인의 이익유보금 등과 같은 '규정된 수단'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규정된 수단'을 통한 추가 출자의 경우는 신규신고 대상인데, 지난 2017년 개정된 외국환거래규정에서는 종전의 '채권회수대상에서 제외된 대외채권' 부분을 특별한 제한 없는 '대외채권'으로 수정해 해외직접투자의 수단의 하나로 규정했다.

과거에는 현지법인에 대한 매출채권을 출자전환하는 경우, 해당 채권이 채권회수대상 제외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해외직접투자(변경신고) 대상으로 볼 여지도 있었으나, 개정 이후에는 해외직접투자(신규신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본신고 의무 위반 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몰수나 추징형이 병과되며 양벌규정도 존재한다.

또 자본신고 의무를 5년 이내에 2회 이상 위반한 경우 1년 이내의 범위에서 관련 외국환거래정지 처분도 내려질 수 있는 등 그 제재의 강도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회수가능성이 없는 현지법인에 대한 매출채권을 출자금으로 전환하는 경우 회사 담당자는 현실적으로 외국 법률에 따른 현지법인의 증자등기등록과 연결재무제표 및 공시자료에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한국으로부터의 신규 출자금의 송금이 없으므로, 신규신고가 증자등기 이전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여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과태료 부과기준과 달리 형사처벌의 부과기준은 외국환거래법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러한 경우 형사처벌의 규모를 예상하기 어려워 답답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처벌 또는 양형기준을 외환당국이 정할 수는 없는 것이며, 외국환거래법령에 규정되는 것도 법령의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고 외화밀반출의 고의성이 없고 실제로도 한국에서 신규송금이 이루어지지도 않는 단순 위반사안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이 부과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환거래법령의 높은 난이도와 백지형법적인 요소를 고려할 때, 외국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담당자와 이를 자문하는 변호사의 주의는 항상 요구되는 측면이 있다.

(법무법인 광장 이동섭 변호사)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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