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에 대한 폭격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대폭 고조되면서 폭등했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05달러(14.7%) 폭등한 62.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5월 21일 이후 최고치다.

비슷한 시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14.6% 폭등한 69.20달러에 거래됐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사우디 정유 시설에 대한 폭격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 폭격으로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가량인 하루평균 570억 배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세계 산유량의 5%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다.

대규모 생산 차질로 인해 원유 시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심화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이날까지 피해 생산량의 3분의 1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람코가 생산 능력을 대부분 회복하기까지는 여러 주가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각적인 공급 차질 우려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무력 충돌에 대한 불안도 한층 커졌다.

예멘 반군 후티는 이번 폭격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이 이번 공격의 배후라면서 무역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우디군은 이반 폭격에 사용된 무기가 이란 것이라는 초기 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다우존스는 미국이 이번 폭격에 사용된 무기가 순항 미사일이며, 이는 이란에서 발사됐다는 정보를 사우디와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또 양국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앞서 미국 드론 격추 당시에도 거짓말을 했다면서, 이번 사우디 공격과도 관련이 없다는 이란의 주장을 반박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우리는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locked and loaded) 상태"라며 군사 공격을 감행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불안으로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전장 대비 19.5% 폭등하기도 했다. 이는 사상 최대 상승 폭이다.

WTI도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인 15.5% 급등하기도 하는 등 시장은 극심한 불안을 노출했다.

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밝힌 영향으로 장 초반에는 10% 내외로 상승 폭을 줄이기도 했지만, 이란이 이번 공격의 배후라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면서 상승폭을 재차 확대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정세가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돼 유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S&P글로벌 플래츠의 크리스 미들리 연구 부문 글로벌 대표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미칠 물리적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이번 사태는 시장을 거시경제 환경에 따른 약세장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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