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주요 공적 연기금이 지방으로 이전한 후 운용역들이 공제회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공제회 본사가 서울 핵심지역에 있고, 민간 금융사보다 고용 안정성이 뛰어난 점 등 때문에 연기금 운용역들이 공제회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 운용역, 공제회에서 '새둥지'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진원 사학연금 국내대체팀 부장이 한국지방재정공제회 대체투자부장으로 이직했다.

사학연금 해외대체투자파트 과장도 행정공제회 인프라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말에는 사학연금 투자전략팀 대리가 지방재정공제회 자산운용실로 이직했다.

금융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 운용역의 공제회 이직 '러시'도 계속됐다. 김상훈 전 국민연금 리서치팀장은 올해 상반기 교직원공제회 주식운용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팀장은 국민연금에서 리서치팀장뿐만 아니라 국채팀장, 크레딧투자팀장도 역임한 국민연금 베테랑 운용역이었다.

교직원공제회는 김 팀장과 함께 상반기 국민연금 출신 운용역을 주식전문운용역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도 지난해 국민연금 대체투자실 책임운용역 출신을 뽑았다.

◇서울 근무와 고용 안정성, 처우 등이 공제회의 장점

연기금에서 공제회로의 인력 이동이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로 연기금 안팎에서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꼽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전라북도 전주로, 사학연금은 2014년 전라남도 나주로 이전했다. 사학연금 자금운용단은 운용의 효율성을 위해 아직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 있다.

국민연금 기금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2017년 순채용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지난해 퇴직자 수는 34명으로 늘었다.

사학연금의 경우 자금운용단은 여전히 여의도에 있으나, 순환 근무와 수도권 인원 제한으로 운용역이 희망한다고 해서 계속 여의도에만 근무하기는 힘들다. 사학연금 운용역 사이에서 지방 근무가 큰 압박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기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도 이탈을 가속하는 원인 중 하나다. 서울 핵심지역에서 근무하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당장 가족들과 멀어지게 되고, 금융시장과의 소통도 줄어든다.

교통, 문화 등 인프라 격차 등을 포함한 부가급여(fringe benefit)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를 연기금이 보상해주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공적 연기금들은 공단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로부터 인력과 재정 통제를 받는데, 이 때문에 운용역 급여를 개선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반면 공제회들은 기획재정부의 기금평가와 인력 통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급여 수준이 연기금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제회 근무지도 여의도, 용산, 공덕, 강남 등 서울 핵심지역에 있고, 고용 안정성도 민간 금융사보다 높아 운용역들 사이에서는 공제회가 '신의 직장'으로 등극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지방 근무가 연기금 이탈을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며 "유사한 일을 하면서 서울에서 일하고 처우도 더 좋아 공제회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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